▲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기각 후 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영수 특검팀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정조준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 새롭게 발생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삼성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다. 공정위의 특혜 이면에는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던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다른 방향으로 특검의 수사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10일 특검에 따르면, 공정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분석에 착수했다. 합병 전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 1155만주와 제일모직 주식 500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SDI는 합병삼성물산 주식 904만주를 받게 됐다.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공정위는 삼성SDI가 받은 추가 출자분이 신규 순환출자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당초 공정위는 삼성SDI가 새롭게 취득한 주식 전체를 처분해야 한다고 보고 내부 결재까지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투자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 시장 충격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두 달 가량 재검토 후 공정위는 기존 904만주 가운데, 500만주만 매각하도록 기준을 완화해줬다. 삼성에 특혜를 주도록 청와대가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특검은 지난 8일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 중감금융지주사 제도가 도입됐을 경우, 정치권과 업계에서 예상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구체적인 정황도 확인됐다. 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행정자치부에서 제출받은 ‘공정위 세종청사 출입기록 현황’을 보면, 삼성직원들은 공정위의 삼성 순환출자 분석기간 동안 8차례에 걸쳐 드나들었다. 제윤경 의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공정위에서 재벌의 편의를 봐 준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며 삼성의 로비의혹을 제기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이 높아졌다. 물론 삼성 측은 공정위로부터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공정위가 추진했던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에 대해서도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사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이 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지주회사를 자회사로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를 인정한다. 현실성 있는 금산분리를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소유는 인정하되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사이의 자본이동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재벌의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등 야권이 반대했던 제도다.

실제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삼성전체를 승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에서 시작한다. 그 다음 ‘삼성전자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해 삼성지주회사(가칭)를 만들고, 전자·제약·건설·물류회사를 지배하는 형태를 만든다. 이는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이 제안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금융부분은 삼성생명을 금융지주로 만들고, 화재·증권·카드회사를 지배하는 형태를 예상한다. 삼성지주회사와 삼성금융지주로 재편 뒤 삼성홀딩스(가칭)의 자회사로 놓으면 완성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돼 삼성그룹 전체를 경영할 수 있게 된다.

특검팀은 박근혜 정부 들어 공정위가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중점과제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삼성의 로비나 청탁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 3일 공정위와 금융위를 압수수색했던 특검은 9일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과 정찬우 전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공개로 소환, 제도 추진 배경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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