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삼성전자 LCD 직업병 ‘첫 산재 인정’의 의미
권정두 기자  |  swgwon14@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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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4  16: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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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LCD 생산 현장에서 일하다 다발성경화증이란 희귀병에 걸린 김미선 씨가 법원에서 산재 인정 판결을 받았다. <반올림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오는 3월 6일은 고(故) 황유미 씨의 10주기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이제는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그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고 황유미 씨의 안타까운 죽음은 삼성 직업병 문제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됐다. 그녀의 아버지인 황상기 씨와 반올림은 벌써 10년째 삼성과 싸우고 있다. 그 사이 그녀의 이야기가 영화로 다뤄지기도 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삼성과 피해자 및 가족들이 참여하는 조정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삼성 본사가 있는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천막을 치고 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반도체 공장이 아닌 LCD공장에서 처음으로 노동자의 희귀질환이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것이다.

◇ 3년 만에 걸린 희귀병, 17년 만에 산재 인정

김미선 씨가 삼성전자 LCD 생산 현장으로 입사한 것은 1997년이다. 그녀는 OLB 공정 및 탭 숄더(TAB Solder) 공정을 담당했다.

그로부터 딱 3년 만에 김미선 씨는 삼성전자를 퇴사해야 했다. ‘다발성경화증’이란 희귀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후 17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김미선 씨는 현재 1급 시각장애와 고관절 및 무릎 연골의 심한 손상으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다발성경화증이 악화되고, 후유증까지 가져온 탓이다.

겨우 10대 후반의 나이에 부푼 꿈을 안고 취직했던 김미선 씨는 자신이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때문에 자신이 걸린 이 지독한 병과 삼성전자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병에 걸린 지 13년이 지나서야 산재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4년 만에 1심 판결을 받았다. 결과는 승소였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다. 먼저, 삼성전자 LCD 생산 현장에서 일하다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가 처음으로 산재 인정을 받았다. 또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첫 산재 인정이기도 하다.

반올림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LCD 생산 현장에서 다발성경화증이 나타난 피해자는 제보된 것만 4명이다. 하지만 다발성경화증은 인구 10만 명 당 3.5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LCD 생산 현장에서 유독 많은 다발성경화증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 LCD 생산 공정과 다발성경화증의 상관관계를 인정했다. 둘 사이의 관계를 풀어내는데 있어 중요한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

   
▲ 지난해 10월, 반올림 강남역 농성장 1년을 맞아 방진복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모습. <반올림 제공>
◇ “어떤 물질 다루는지 교육받지 못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삼성의 안전보건 관리 부실 및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 철퇴를 가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미선 씨가 삼성전자로부터 어떤 물질을 취급하고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교육받지 못했으며, 제대로 된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미선 씨가 근무한 2년 11개월 동안 고농도 유기용제나 유해물질에 빈번하게 노출됐을 개연성이 높다며 산재를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김미선 씨의 발병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 “사업주(삼성전자) 측이 작업환경측정을 하지 않거나 그와 관련된 자료를 보관하지 않았고, 이 사건 소송에서 자료 제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은 탓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반올림은 “이 사건 소송이 진행되던 중, 삼성디스플레이, 화학제품 공급사, 고용노동부 등은 은폐행위로 원고의 산재인정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김미선 씨가 취급한 화학제품들의 성분을 밝히지 않거나, 사업장 내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일부만 제출하고, 영업비밀을 이유로 안전진단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은폐 시도는 법원의 철퇴를 맞았고, 김미선 씨는 한 줄기 희망을 보게 됐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1심이 끝났을 뿐이고, 근로복지공단이 항소에 나설 수 있다. 만약 항소한다면,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삼성 직업병의 특성상 재판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반올림 관계자는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하고, 부당한 항소로 피해자의 고통을 연장해선 안 된다”며 “또한 삼성전자는 작업장 안전보건관리를 소홀히 해 노동자들을 병들고 죽게 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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