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준범 전 국방홍보원장.
[시사위크] 국방부가 최근 군 장성 감축안 등을 담은 계획서를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에게 보고했는데, 당초의 장성 감축 계획이 달라져 군의 감군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2014~2030 수정 1호’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는 국방부가 오는 2030년까지 40여 명의 군 장성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국방부는 원래 2011년 ‘국방개혁 307계획’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전체 장성 정원(당시엔 444명)의 15%(66~67명)를 줄이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발표 1년 후인 2012년에 3명, 2016년에 4명을 감축한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방위사업청 문민화 정책에 따라 없어진 방사청 소속 장성 자리가 대부분이었다.
 
9일 보고된 수정안은 장성 정원을 정확히 몇 명 감축하겠다고 명시하지 않고 ‘부대 구조개편 계획과 연계해 순차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상비군 병력을 ▲2016년 62만5000명에서 ▲2017년 말까지 61만7000명 ▲2022년까지 52만2000명으로 각각 줄이겠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힌 것과 대조를 이룬다. (2월 10일 조선일보 보도)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당국자는 “307 계획 발표 당시 추진하던 육·해·공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이 중단되는 등 지금은 여건이 달라져 60여명 감축계획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주변에서는 ‘장성 감축을 점차 없던 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육군 1군사령부와 3군사령부를 통폐합해 생긴 대장 T/O 하나를 신설된 합참 제2차장 몫으로 돌릴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통폐합과 해체를 통해 없어진 자리를 다른 곳에 신설하면 숫자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한 쪽에서는 없애놓고 다른 쪽에 다시 조직을 만드는 위인설관(爲人設官)식 행정을 반복한다면 장성감축은 요원할 뿐이다.
 
우리 군 전체 장성은 2016년 말 기준 436명으로, 병력 1만 명 당 6.9명꼴이다. 미군이 5명인 점과 비교해 봐도 우리가 38%나 많다. 향후 10년 동안 장성 60명을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가 6년 후인 올해 들어 슬그머니 40명 감축으로-그것도 10년이 아닌 16년 동안에- 말을 바꾼 데 대해 국내 주요 언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동아일보는 10일자 사설에서 “국방부가 국방개혁의 핵심인 장군 감축계획을 크게 후퇴시켰다”고 전제하고, “당초 60명 감축안을 40명으로 줄인데다가 세부적인 기간별 추진 계획도 없어 그나마 실현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국방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실 군 출신 국방장관”이라고 말하고 “과거 정부에서도 국방개혁을 추진했지만 모두 군 이기주의에 막혀 추진동력을 상실”했는데, 이제는 군 개혁을 위해서라도 “국방부 문민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육군의 한 예비역 고위 장성은 현재의 육군 정원을 절반으로 줄여도 군사력 유지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체계가 지극히 미비했던 6.25 당시에도 육군 대령이 사단장을 맡아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재 소장이 맡고 있는 사단장 계급을 준장으로 낮추고 육·해·공 3군에 8명인 대장 T/O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장은 현재 합참의장과 3군 참모총장, 육군 1, 2, 3군 사령관과 한미연합사(CFC) 부사령관 등이다.
 
옛날처럼 사단장을 준장이, 군단장을 소장이, 군사령관을 중장이 맡으면 적어도 3명은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계 최강의 미군과 비교해 봐도 우리 군의 계급구조는 확실히 인플레 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국방부의 수정안과 관련,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이색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그는 “국방부의 이번 장성 감축안이 당초 발표했던 것과 달랐다면 아마도 재정 당국의 예산배정이 충분치 않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군의 규모를 줄이려면 과학화와 기계화가 선행돼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이어 기계화가 이뤄지는 범위 안에서 병력감축은 가능하며, 예산부족으로 기계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그만큼 병력 집약적인 부대구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세계는 지금 상비군 규모를 대폭 줄이는 다운사이징과 스마트 군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 인터넷(IoT)이 인간을 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의 군도 병력 집약형 맘모스 조직에서 기술 집약적이고 슬림화된 스마트 조직으로 신속히 변신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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