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14일 재청구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가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추가수사 결과 ‘부정한 청탁’으로 간주할 만한 사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엔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일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 차례 기각된 후 26일 만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주된 사유는 ‘이 부회장이 청탁을 했느냐’에 대한 입증이 빠졌다는 것.

물론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에 대한 정황적 증거는 많았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박 대통령과 최초 독대에서 ‘승마 유망주 지원’을 요청받았고, 삼성전자를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 올렸다.

이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 찬성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독대 ▲최순실 측에 삼성의 수백억원 추가지원 등이 이뤄졌다. 특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찬성토록 압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에 이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에 회사자금으로 지원하고, 박 대통령을 통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냄으로써 경영권 승계에 도움 받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제3자뇌물제공죄의 성립에 ‘부정한 청탁이 있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때의 ‘부정한 청탁’은 묵시적 의사표시로도 가능하지만, 제공되는 금품이 특정행위에 대한 대가라는 공통의 인식이 있어야 한다.

당시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수첩에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경영권 승계관련 도움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이 지원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들의 독대시점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이 합병한 다음이다. 삼성의 ‘강요에 의한 금품제공’이란 주장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를 입증하기 위한 추가 증거확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청와대의 압력을 받아 삼성의 신규순환출자 해소의무를 완화해줬다는 정황을 포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특검은 뇌물제공죄의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사실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전에 안 전 수석을 만나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응할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향신문 단독보도에 따르면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직후 안 전 수석에게 감사 연락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발부가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법원의 부담이 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구속영장 발부가 유죄를 확정짓는 것은 아니기에 특검이 추가로 확보한 내용이 명확하다면 법원이 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견해에 무게가 쏠린다. 특히 법원은 1차 기각 때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항의전화를 받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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