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준호 삼천리 회장이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삼천리그룹>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상장 도시가스사들이 잇따라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매출액은 전체적으로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수익구조 면에서는 업체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도시가스업계 맏형 격인 삼천리는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대비 30% 이상 빠졌다. 초라한 성적표를 숨기기 위해 앞서 ‘올빼미 공시(금요일 장 마감 이후 뒤늦게 공시하는 것)’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희비 엇갈린 도시가스업계

전국 33개 도시가스사 중 상장사는 삼천리를 비롯해 △서울도시가스 △예스코 △인천도시가스 △경동도시가스 △대성에너지 △부산도시가스 등 7개사다. 이들 가운데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가 30% 이상 변경돼 공시를 한 곳은 삼천리, 서울도시가스, 예스코, 인천도시가스 등 4개사다. 경동도시가스, 대성에너지, 부산도시가스 등 3개사는 2월 14일 현재 공시가 이뤄지지 않았다.

매출액은 예상했던 대로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인하됐지만 가격경쟁력에서 타 연료에 뒤처지면서 ‘탈 도시가스’ 현상이 두드러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천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3조632억원으로 전년대비 16.5% 줄었고, 서울도시가스의 경우도 전년대비 17.4% 줄어든 1조2722억원을 기록했다. 예스코와 인천도시가스 역시 전년대비 각각 12.4%, 15.9%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2014년 영업이익이 71.8%나 급락하는 아픔을 맛봤던 예스코는 2015년 174억원에 이어 지난해 21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미소를 지었다. 전년대비 21.6% 상승한 규모다.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153% 오른 491억원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인천도시가스도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88.5%나 상승했다. 인천도시가스는 매출액과 손익이 크게 개선된 데 대해 “2015년 대비 2016년 판매량이 증가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삼천리,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 전년대비 32% 추락

▲ 도시가스업계 '맏형' 삼천리가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체면을 적잖이 구겼다.
반면, 삼천리와 서울도시가스는 낙제점을 받았다.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추락했다. 특히 2015년 영업이익 891억원으로 전년대비 226.1%의 증가율을 보였던 삼천리는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도시가스업계 ‘맏형’으로서의 체면을 적잖이 구겼다.

삼천리는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05억6746만원으로 전년대비 32.0% 감소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3조632억원과 200억원으로 각각 16.5%와 46.1% 줄었다.

삼천리 측은 도시가스 도매요금 인하와 주요 종속회사 매출감소로 매출이 줄었고 주요종속회사의 연간 이익감소로 손익변동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삼천리가 체면 구긴 성적표를 최대한 숨기기 위해 ‘올빼미 공시’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삼천리는 지난 3일 오후 5시께 실적을 공시했다. 이미 금요일 장마감이 끝난 뒤였다. 대규모 영업손실 등 실적악화를 기록한 삼천리가 투자자들의 눈을 피해 뒤늦은 ‘올빼미 공시’를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천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도시가스는 기온과 날씨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지난해 이상기온과 경기 영향으로 판매량이 주춤했다. 도시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곳은 산업·업무용인데, 경기가 안 좋다보니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시가스업체의 경우, 날씨가 추운 9월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한다”며 “9월부터 시작해 3월까지가 판매량이 높아지는 시기다. 특히 삼천리의 경우 1분기 판매량이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1분기에 순익이 크게 나지만, 해동기가 시작되는 4월~5월부터는 배관공사 등 투자를 많이 하면서 분기적자로 전환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편 구자철 도시가스협회 회장은 1월 초 열린 신년인사회를 통해 “현재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면서 “도시가스업계도 대내외 여건으로 성장이 정체된 이 시점을 투자합리화·비용절감·수익성 개선 등 내실경영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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