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유화.<대한유화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 대한유화 오너일가의 경영권 강화 작업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가 급등을 틈 타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산증식 움직임이 포착된다. 다수의 친인척에게 분산된 주식 또한 수차례 매각되며 지배구조가 간소화되고 있다. 앞서 10년 넘게 적대적 인수합병에 시달렸던 오너일가가 경영권 트라우마 털기에 여념이 없다는 분석이다.

◇ 오너일가, 주가 오르자 지금이 ‘매수 타이밍?’

14일 대한유화는 이순규 회장의 친형 이현규 씨가 2200주를 장내매도 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이 회장 측 지분량은 0.04% 소폭 줄었다. 그러나 개인 지분과 11명의 친인척을 통한 이 회장의 우호지분은 41.43%로 여전히 막강한 수준이다.

형 이현규 씨의 주식매각의 배경에는 시세차익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대한유화는 공시를 통해 작년 ‘깜짝실적’을 공개했다. 같은 날 주당 4000원의 현금배당 소식까지 전해졌다. 호실적과 주주친화정책에, 이날 대한유화 주가는 29만9500원의 역대급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오너일가가 갑작스럽게 지분을 매도하면서 주식시장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15일 대한유화 주식은 전일보다 1.53% 내려간 28만9000원에 장마감 했다. 장중 한때 2.21% 내려간 28만7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오너일가의 이익실현이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친인척분들의 지분매도 이유 등을 따로 파악하거나 관리하진 않는다”며 “다만 형제분이 개인 자금충당을 위한 차익실현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순규 회장의 친형 이현규 씨는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KPIC 임원으로 재임 중이다. 업계서는 오너일가의 자본증식은 경영권 강화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주가 급등의 최대 수혜자로 오너일가가 떠오르며, 이 회장의 경영권 또한 탄탄해지는 양상이다.

◇ 과도한 경영권 트라우마 털기 ‘빈축’

대한유화의 불안한 경영권 트라우마는 과거 10넘게 이어졌던 적대적 인수합병(M&A)에서 비롯됐다. 1990년 대한유화 창업주 고 이정림 명예회장이 상속세 명목으로 정부에 물납한 지분 32.7%이 경영권 불안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동부와 효성이 회사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적대적 M&A에 불을 붙였다.

이를 보고자란 탓일까. 오너 2세 이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직접 지분획득 및 간접지분을 통한 전 방위적 경영권 강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현규 씨, 이창희 씨, 이국희 씨 등 이 회장의 형제들도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을 KPIC코포레이션 등에 매각하며 이 회장 체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한유화 최대주주인 KPIC코포레이션은 이 회장 지배력 강화의 훌륭한 중간다리로 기능한다. KPIC는 이순규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이 회장과 부인 김미현 씨가 각각 지분 93.35%, 6.65%를 갖고 있다. 결국 ‘이 회장-KPIC-대한유화’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가 자리 잡은 셈이다.

그룹지배의 정점에 올라선 이 회장의 개인회사인 KPIC는 수년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KPIC는 대한유화의 생산품을 대신 사주는 구매 대행 역할을 한다. 대한유화 제품을 구입해 되파는 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사실상 중간에서 ‘통행세’를 챙기고, 오너일가 자본증식과 경영권 강화의 발판으로 기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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