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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성소수자 문제로 진땀 뺀 문재인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성소수자단체들과 이견을 보이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몰렸다. <문재인 전 대표 측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딸바보’다. 딸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아내 김정숙 씨는 가끔 속이 터졌다. 외손주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학부모가 될 딸이 여전히 애틋하기만 하다. 그러니 얼마 전 육아 문제로 하소연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선 심경이 복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딸 역시 경력단절 여성이다. 그는 복잡한 마음을 정책으로 풀어냈다. 엄마 아빠에게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도입, 아빠휴직보너스제, 임기 내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 40%까지 확대 등이 그 일례다.

그랬다. 문재인 전 대표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리어 여성 일자리 차별의 벽을 허물고, 비정규직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피난 내려와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아들이자, 형무소와 군대로 면회를 오느라 연애 7년 동안 발품을 팔았던 아내의 남편이, 그리고 딸바보 아버지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평소 ‘가정, 가족, 결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지’하는 그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다.

◇ 동성혼 합법화·추가 입법은 사회적 합의 먼저 “노력하겠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페미니즘은 성소수자들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때는 1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7차 포럼에서다.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만큼 이날 문재인 전 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이 마무리될 쯤 성소수단체 회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저는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문재인 전 대표는 잠시 당황했다. 성소수단체 회원들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전, 문재인 전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측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문제 삼은 것이다. 지난 대선 때보다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반발이 더욱 거셌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인권기본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인권분야 기본법을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발언할 기회를 드릴 테니 나중에 말씀하시면 안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성소수단체 회원들은 이를 거부했으나, 포럼 참석자들의 만류로 자리에 앉았다. 기조연설을 마친 문재인 전 대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정에 없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시작으로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젊은여군포럼 등 8개 시민단체들로부터 현안과 대선 예비후보로서의 입장을 질문 받았다. 그때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메모를 하고, 즉석에서 답변을 이어갔다.

   
▲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동성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마지막 질의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한 어머니에게 돌아갔다. 그는 “자녀가 성소수자인 게 걱정이 아니라 성소수자인 자녀가 편견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 걱정”이라면서 “사회의 무지로 인해 혐오와 차별 속에 고통 받는 현실은 참담함을 넘어 눈물이 언어가 돼버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이 OECD 국가 중 성소수자 인권 수준이 최하위라는 점을 꼬집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부탁했다. 좌중은 큰 박수로 위로를 건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성소수자 본인이나 가족들의 고통을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는 것. 국가인권위원회법 속에 성별, 인종, 종교, 피부색 외에도 ‘성적지향’을 포함해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전 대표는 “법에 실효성이 없다면 다른 차원에서 법을 강화하고, 사회 의식과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동성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 논점이 되는 부분도 바로 동성혼의 합법화 여부다. 국민정서상 시기상조인데다 사회를 양분화시킬 우려가 높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동성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우리가 미국처럼 당장 동성혼을 합법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다음 정부에서 인권 의식을 높여간다면 동성화 합법화 문제도 좀 더 깊이 있게 논의하고, 사회적 공론을 모아갈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권의 문제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결국 같은 질문이 다시 던져졌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성의껏 말씀을 드렸다. 저를 더 이상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마시라”며 일축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전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서 “대한민국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입장에서, 동성혼에 대한 국민정서상 법적으로 합법화하거나 추가 입법하는 것은 이른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소미연 기자  pink2542@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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