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스케치] 성소수자 문제로 진땀 뺀 문재인
소미연 기자  |  pink2542@sisaweek.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2.17  18:14:5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성소수자단체들과 이견을 보이면서 곤혹스런 상황에 몰렸다. <문재인 전 대표 측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딸바보’다. 딸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면 그의 아내 김정숙 씨는 가끔 속이 터졌다. 외손주가 벌써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됐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학부모가 될 딸이 여전히 애틋하기만 하다. 그러니 얼마 전 육아 문제로 하소연하는 딸의 모습을 보고선 심경이 복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딸 역시 경력단절 여성이다. 그는 복잡한 마음을 정책으로 풀어냈다. 엄마 아빠에게 임금 감소 없는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근무제 도입, 아빠휴직보너스제, 임기 내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 40%까지 확대 등이 그 일례다.

그랬다. 문재인 전 대표는 여성이 가사와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도리어 여성 일자리 차별의 벽을 허물고, 비정규직 여성의 노동권과 모성권이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 피난 내려와 온갖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아들이자, 형무소와 군대로 면회를 오느라 연애 7년 동안 발품을 팔았던 아내의 남편이, 그리고 딸바보 아버지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평소 ‘가정, 가족, 결혼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지지’하는 그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다.

◇ 동성혼 합법화·추가 입법은 사회적 합의 먼저 “노력하겠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페미니즘은 성소수자들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때는 16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제7차 포럼에서다.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만큼 이날 문재인 전 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 성평등으로 열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연설이 마무리될 쯤 성소수단체 회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저는 동성애자인데, 제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있습니까.”

문재인 전 대표는 잠시 당황했다. 성소수단체 회원들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전, 문재인 전 대표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측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차별금지법 반대 의사를 문제 삼은 것이다. 지난 대선 때보다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반발이 더욱 거셌다. 당시 문재인 전 대표는 ‘인권기본법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인권분야 기본법을 삼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발언할 기회를 드릴 테니 나중에 말씀하시면 안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성소수단체 회원들은 이를 거부했으나, 포럼 참석자들의 만류로 자리에 앉았다. 기조연설을 마친 문재인 전 대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예정에 없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시작으로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젊은여군포럼 등 8개 시민단체들로부터 현안과 대선 예비후보로서의 입장을 질문 받았다. 그때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메모를 하고, 즉석에서 답변을 이어갔다.

   
▲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동성혼 합법화 문제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마지막 질의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한 어머니에게 돌아갔다. 그는 “자녀가 성소수자인 게 걱정이 아니라 성소수자인 자녀가 편견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 걱정”이라면서 “사회의 무지로 인해 혐오와 차별 속에 고통 받는 현실은 참담함을 넘어 눈물이 언어가 돼버렸다”고 호소했다. 이어 한국이 OECD 국가 중 성소수자 인권 수준이 최하위라는 점을 꼬집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부탁했다. 좌중은 큰 박수로 위로를 건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성소수자 본인이나 가족들의 고통을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는 것. 국가인권위원회법 속에 성별, 인종, 종교, 피부색 외에도 ‘성적지향’을 포함해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전 대표는 “법에 실효성이 없다면 다른 차원에서 법을 강화하고, 사회 의식과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문재인 전 대표는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동성혼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있어 논점이 되는 부분도 바로 동성혼의 합법화 여부다. 국민정서상 시기상조인데다 사회를 양분화시킬 우려가 높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동성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우리가 미국처럼 당장 동성혼을 합법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는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다음 정부에서 인권 의식을 높여간다면 동성화 합법화 문제도 좀 더 깊이 있게 논의하고, 사회적 공론을 모아갈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인권의 문제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결국 같은 질문이 다시 던져졌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성의껏 말씀을 드렸다. 저를 더 이상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마시라”며 일축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전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면서 “대한민국 전체를 조망해야 하는 입장에서, 동성혼에 대한 국민정서상 법적으로 합법화하거나 추가 입법하는 것은 이른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소미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최근인기기사
1
김동성, 연예인 뺨치는 미모 아내 “부럽다”
2
허지웅, 동생과 어린시절 모습 화제 “패션부터 남달라”
3
이재명, 언론 외면과 지지율 출렁 ‘이중고’
4
문지효, 역대급 여신래퍼 등장?! 일상 속 매력 ‘동공 집중’
5
권민중, 싱그럽고 짜릿했던 그 시절 매력 ‘동공 강탈’
6
‘나꼼수’ 김용민이 자유한국당 당원 된 이유
7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문재인·안희정 동반상승… 황교안·이재명은 하락
8
‘다시 첫사랑’ 명세빈, 깡마른 몸에 꽁꽁 숨겨놨던 볼륨 몸매
9
‘추리의 여왕’ 최강희, 주름진 할머니 분장 재조명 “권상우 깜놀”
10
[차기대선 가상대결] 안희정, 문재인 보다 안정적 1위
SPONSORED
 
정치
1
이재명, 언론 외면과 지지율 출렁 ‘이중고’
2
‘나꼼수’ 김용민이 자유한국당 당원 된 이유
3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문재인·안희정 동반상승… 황교안·이재명은 하락
4
[차기대선 가상대결] 안희정, 문재인 보다 안정적 1위
5
[대선주자 지지율] 안희정, 충청과 50대서 1위로 부상하며 문재인 맹추격
6
유시민 조언 받아들인 이재명 “문재인·안희정은 재벌 2세, 난 벤처 창업자”
7
[현장스케치] 성소수자 문제로 진땀 뺀 문재인
8
[대선주자 지지율] 황교안, TK서 문재인 제쳤다…안희정 19.3%로 상승세
9
박지원 “우병우, 내일 김기춘 만나도 엉뚱한 짓 말라”
10
[파죽지세 안희정] 충청과 50~60대가 지지율 상승 동력
경제
1
[이재용 구속] 갤럭시S8에 악재?… “삼성전자엔 기회”
2
이재용 구속은 삼성 일가 79년의 ‘죗값’
3
제로투세븐, ‘덩치’ 키우느라 ‘품질’ 놓쳤다
4
덴티움, 분식회계 논란에 곤혹…상장 악재로 작용 전망
5
탐앤탐스 김도균 ‘깨진 커피왕국의 꿈’
6
[‘계륵’ 갤노트7] 리퍼폰이냐 폐기냐… 삼성전자, 계산법 분주
7
대우조선해양, 꺼지지 않는 ‘4월 위기설’… 넘을까 넘어질까
8
쏠리드, 팬택 부진에 무거워진 어깨
9
유럽에서도 통한 SM6, 르노삼성 위상도 ‘UP’
10
형지, 부산 랜드마크 ‘아트몰링’… “수그러들지 않는 잡음”
 
사회
1
포켓몬고, 가장 황당한 후유증은?
2
[단독] “아직도 이런 기업이”… 아이에스동서, ‘일본해’ 표기 논란
3
최순실, KGC인삼공사도 노렸나?
4
세스코, 노조를 해충 잡듯?
5
건국대, ‘또’ 성추행 사건… 도대체 왜 이러나
6
국내 최대규모 통합보안 전시회 ‘SECON 2017’… 3월 15일~17일 개최
7
해커는 왜 아시아나를 이용했나?
8
민영진 전 KT&G 사장, 항소심도 ‘무죄 인정’
9
LG디스플레이 제2노조 공식출범
10
[가스공사 갑질 논란] 예선업계 총파업으로 물류대란 현실화 되나
국제
1
“트럼프의 언론공격, 독재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행위”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윤리강령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70 우성빌딩 3층 / 우 120-012 | 시사위크 대표전화 : 02-720-4774 | 팩스번호 : 02-6959-2211
정기간행물 서울 아01879 | 등록일·발행일 2011년 12월 05일 | 발행ㆍ편집인: 이형운
광고·마케팅국장 : 최호진 | 개인정보책임자 : 김은주 | 청소년보호책임관리자 : 윤영주 | 고문변호사 강길(법률사무소 한세 대표변호사)
Copyright © 2013 (주)펜세상.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week@sisa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