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을 대표하는 향토기업 무학이 실적악화와 뒷돈 거래 의혹에 휘말려 시름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경남을 연고로 하는 소주업체 무학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전국구 기업으로 도약하는 문턱을 좀처럼 넘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어서다. 순풍에 돛 단 듯 순항하던 과일소주 열풍이 식으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또 자갈치 시장에서의 뒷돈 거래 의혹이 사실 쪽에 무게가 실리면서 향토기업이라는 이미지에도 흠집이 나게 됐다.

◇ 올인 했던 과일소주↓… 실적도 곤두박질

전국 3위 소주기업 무학의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656억원을 달성했던 전년과 비교했을 때, 20.8%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전체 매출도 줄었다. 2959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던 2015년보다 255억원 가량이 감소한 270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무학이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든 건 간판 브랜드인 ‘좋은데이’의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무학은 2015년 주류업계 트랜드인 과일소주에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대표 상품인 좋은데이를 전면에 내세워 수도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자, 석류, 블루베리 등 6가지 과일 맛으로 ‘좋은데이 컬러시리즈’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영업망 확충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지방 주류업체 무덤’이라는 서울에서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10명 남짓하던 서울지사의 직원을 100명 이상 늘렸다. 점유율 확충이라는 사명을 띈 영업직원들은 과일소주 열풍을 타고 서울 시내 곳곳을 누볐다.

반짝 인기였다. 품귀현상까지 보이던 과일소주의 인기는 한해를 넘기지 못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에서 과일소주가 남아돌기 시작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2015년 여름 때만 해도 15%에 육박하던 과일소주 판매량이 그해 겨울엔 한 자리 수 초반대로 뚝 떨어졌다. 과일소주에 사활을 걸었던 무학에게는 뼈아픈 시장의 변덕이었다.

무학 관계자는 “과일소주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전체 매출도 영향을 받게 됐다”면서 “컬러시리즈는 소주와는 엄연히 다른 과일주로, 자사 대표 소주 브랜드인 좋은데이의 위상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주류업계의 침체는 비단 무학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업계 1·2위 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8902억원으로 전년대비 소폭 하락했다. 영업익은 전년보다 7.45% 하락한 1240억원을 달성했다. 롯데주류 쪽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 ‘뒷돈 거래’ 자갈치 시장… 도덕성에 치명타

하지만 이들 업체들의 경우 부진의 원인이 무학과는 다소 다르다. 맥주 판매의 감소가 주된 이유였다. 수입 주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 주류 판매율이 급감한 것이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수입맥주 판매율이 50%선을 바라볼 정도로 국내 맥주의 입지는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시들해진 과일소주의 인기에도 오히려 소주 판매는 늘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출시 18년여 만에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역시 지난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학의 좋은데이와 브랜드 파워 차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밑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자갈치 시장 사건도 무학에겐 부담이다. 타 업체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대가로 상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자갈치 시장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8일 부산경찰은 사건에 연루된 부산 어패류처리조합장 관계자와 무학의 임직원 2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실제 재판에서 이들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그간 건실한 향토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무학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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