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십자수의약품 '구제역 백신'<녹십자수의약품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녹십자가 때 아닌 구설수에 홍역을 치루고 있다. 작년 청와대 ‘태반주사’ 논란으로 곤혹을 겪은데 이어, 이번엔 ‘물백신’ 공급사로 이름이 잘못 알려졌다. 악재성 이슈에 연이어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그룹사 전체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사명 비슷해서…  ‘물백신 리스크’ 타격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터진 구제역에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감염 원인과 경로 모두 미궁인 가운데, 접종 백신의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구제역 확진판정을 받은 일부 농장의 항체형성률이 법정기준치인 80%를 넘었음에도, 구제역이 속출한 것이다. 백신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며 이른바 ‘물백신’ 논란이 대두됐다.

이 가운데 ‘백신명가’ 녹십자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국내 구제역 백신 제공업체 중 한 곳에 ‘녹십자’ 브랜드명이 포함돼서다. 축산농가에 구제역 백신을 공급하는 국내 동물용 백신 전문제조사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가 녹십자 그룹 계열사라는 오해를 불러온 탓이다.

녹십자에 따르면 ‘녹십자수의약품주식회사’는 사실 녹십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회사다. 계열사 및 관계사도 아니며, 지분관계도 전혀 없다. 녹십자의 전신인 ‘수도미생물약품판매주식회사’에서 수의약품부로 발족한 후, 1972년 매각돼 현재는 독자 제약사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녹십자수의약품과 녹십자의 이름과 CI까지 너무도 흡사해 일반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녹십자를 뜻하는 초록색 십자가 모양의 로고부터 사명에 쓰인 폰트까지 똑같다.

결국 구제역 물백신 논란이 터진 이달 9일 녹십자 주가는 전날보다 2500원 떨어진 14만500원에 장마감했다. 업계서는 주식시장에서 녹십자가 ‘구제역 백신 관련주’로 분류된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2010년 구제역 사태 때도 녹십자는 구제역 관련주로 소개되며, 주가가 등락을 반복한 바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두 회사는 당초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으나, 이후 녹십자가 인체용 백신에 집중하면서 동물용 백신 부문은 매각됐다”며 “브랜드 로열티 등을 따로 받진 않지만, 오랜 세월을 해당 사명을 사용한 회사에 갑작스럽게 사명변경 등을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청와대 ‘미용주사’ 불똥에 주가 약세

녹십자는 작년 하반기 ‘최순실 게이트’ 불똥을 맞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4년 3월부터 작년 8월까지 2000만원 상당의 녹십자 의약품 10종을 구매했다. 이 중 ‘태반주사’ ‘마늘주사’ 등 각종 미용주사가 포함돼, 공급 제약사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녹십자가 운영하는 건강관리병원 녹십자 아이메드 김상만 원장은 최순실·최순득 자매 이름으로 주사제를 대리 처방한 정황이 드러나자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앞서 김 전 원장이 2013년 박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된 바 있어 일각에서는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민감한 이슈로 이름이 수차례 거론되자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태반주사 구입정황이 처음 드러난 작년 11월 17일부터 일주일 만에 주가가 10% 넘게 빠져 13만원 선을 맴돌았다. 작년 1월까지만 해도 22만5000원을 상회하던 주가는 아직까지도 예년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청와대에 들어가는 의약품 판매는 본사가 직납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 이름이 계속 거론돼서 당혹스러웠다”며 “당시 2000만원 상당의 납품건 중 약 130만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독감백신 및 파스 등 일반의약품이고 미용주사는 일부에 불과해 억울함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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