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배 롯데캐슬의 한 입주민이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배선 공사 잘못으로 7년간 1600만원이 전기요금을 초과 부담해온 사실이 알려졌다. <롯데건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시공사의 실수로 커다란 심적·물적 피해를 봐야했던 입주민의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다. 잘못된 배선공사로 옆집의 전기세를 대신 내줘야 했던 것. 사연의 주인공인 방배 롯데캐슬 입주민 A씨는 무려 7년간 1600만원의 전기요금을 대납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 배선공사 잘못에 전기료 1600만원 대납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가 문제의 아파트로 이사 온 건 지난 2009년이다. 그해 신규 입주가 시작된 서초구 방배동의 롯데캐슬로제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 아파트는 롯데건설이 2년 전 사상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던 곳으로, 3.3㎡ 당 3100만원을 호가했다. 가구당 분양가는 22억원에 이르렀다.

아파트 초기 입주 시 적지 않은 하자 문제가 발생하지만, A씨의 심기를 거느린 건 다름 아닌 전기요금이었다. 이전에 생활했던 아파트보다 단지 평수만 넓어졌을 뿐인데, 전기요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고 느껴졌다.

누진제 폭탄을 맞을까 두려워 에어컨 등 냉난방 장치를 아껴 사용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난해 8월 한 달에만 10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이 고지서에 찍혀 나왔다. 가족끼리 여행을 다녀오면서 장시간 집을 비웠음에도 전기요금의 이상증세는 계속됐던 것이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던 A씨는 원인 규명에 나섰다. 시공사인 롯데건설 고객서비스팀에 전화를 걸었다. 건설사가 직접 조사해보니 문제는 아파트 공사에 있었다. 내부 배선을 잘못 설치해 A씨와 옆집의 전기계량기가 뒤바뀌었던 것이다.

계산 결과 2009년 10월부터 2016년 8월까지 7년여 간 A씨는 옆집 전기요금 1600여만원을 대납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황당한 건 롯데건설의 태도였다. 위로금 차원에서 피해금액의 30% 정도만 보상한다던 롯데건설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입장을 급선회했다. A씨에게 전액 보상을 약속하고 나섰다. 명백한 시공사의 잘못에도 롯데건설이 부분 보상을 내건건 관련 법을 적극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전기배선에 관한 하자는 건설사에 손해배상책임이 없다. 이는 전기배선 하자는 중대한 하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이다.

◇ ‘허위광고·부실시공’… 몸살 앓은 최고급 아파트

롯데건설의 뒤늦은 100% 보상 약속에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1600여만원에 이르는 전기요금을 시공사가 무작정 전액 배상하는 게 과연 옳으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언론을 통해 A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대놓고 전기요금을 펑펑 사용한 옆집에 구상권이라도 청구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본지는 전기요금의 책임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대해 롯데건설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아파트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분양가 20억원이 넘는 방배 롯데캐슬은 입주 초기부터 잡음에 시달려 왔다. 허위 광고와, 크고 작은 부실시공 문제로 입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무엇보다 입주민을 들끓게 한 건 장재터널이었다. 산으로 가로막힌 방배동과 서초동을 연결하는 이 터널은 분양 당시만 해도 2011년 개통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인근 정보사령부 이전 문제가 얽히면서 첫 삽은 쉽게 떠지지 않았다. 무려 당초 계획보다 6년이 지난 2015년 말에서야 착공이 이뤄졌다.

이 외에도 분양 당시 광고한 내용과는 다르게 저급한 자재를 사용하고 마감 처리가 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