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본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민영화에 성공함으로써 ‘과점주주 집단경영’이라는 새로운 지배구조체제를 맞이한 우리은행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차기 행장 선임이라는 첫 번째 시험대는 통과했으나 지주사 전환 등 여러 현안에서 주주들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관치의 그림자를 완벽하게 끊어낼 수 있을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우리은행은 7개 과점주주가 공동경영하는 새로운 체제의 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지난해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1.06% 가운데 29%를 쪼개 한국투자증권(4.0%), 한화생명(4.0%) 동양생명(4.0%), 미래에셋자산운용(3.7%), 유진자산운용(4.0%), 키움증권(4.0%) 사모펀드 IMM PE(6%) 등에 팔았다.

◇ 금융권에 새로운 지배구조체제

정부는 4% 이상 지분투자자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며 경영 참여의 기회를 열었다. 이와함께 정부의 경영 간섭을 최소화한 채 민간주도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 연말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5명이 이사회 멤버로 합류하며 ‘과점주주 체제’는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업계에선 새로운 지배구조 모델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과점주주의 경영참여 모델은 금융권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증권, 보험, 사모펀드 등 다양한 업종의 과점주주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시장에선 이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한켠에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과점주주들 간에 충돌이 벌어질 위험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추진 의지를 밝힌 지주사 체제 전환도 마찬가지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직개편에서 지주사 전환 전환을 담당할 미래전략단을 신설하는 한편, 조만간 이사회 간담회를 열고 관련 방안 논의 작업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같은 지주사 체제 추진 과정에서 과점주주 간의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 주주 간 이해상충 타협ㆍ독립 경영 '숙제'

우리은행은 지주사로 전환한 후 차후에 금융회사에 대한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이뤄진 과점주주들과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과점주주와 겹치지 않는 캐피탈부터 시작해서 제일 나중에 보험과 증권사에 대한 M&A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개입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16년간 정부의 그늘 아래 있으면서 우리은행은 ‘낙하산 인사 적폐’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민영화 작업이 막바지에 치닫은 와중에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부소장에 최광해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임명돼 또다시 낙하산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이광구 우리은행장. <뉴시스>

이번 은행장 인선은 정부의 개입이 배제된 채 과점주주 중심으로 치러진 첫 인사였다. 공모 끝에 민영화 성과를 낸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순탄하게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최근 우리은행장 후보로 거론됐던 한 인사가 비선실세를 통해 차기 은행장이 되고자 인사청탁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우리은행은 “이광구 행장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우리은행이 관치 인사에 얼마나 취약한 구조였는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권에선 정부의 자율경영 보장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지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아직 정부 지분이 남아있는데다 정권교체기마다 금융권이 ‘낙하산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점을 감안하면 관치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있어서다.

이에 이광구 행장의 어깨는 무거워지고 있다. 민영화라는 무거운 산을 넘은 그는 이제 건전한 지배구조체제 안착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부여받았다. 과연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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