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3일 개장을 앞두고 있는 형지그룹의 복합 쇼핑몰 '아트몰링' 조감도. <형지그룹>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패션그룹 형지가 고향 부산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장이 코앞으로 다가온 거대 복합 쇼핑몰에서 나온 잡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쇼핑몰 앞 이면도로의 ‘폭’을 두고 주변 상인들과 1년째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 교통영향평가 부실 의혹… ‘벌써 1년’

서부산이 시끄럽다. 다음달 3일 문을 열 랜드마크이자 형지의 부산 거점이 될 거대 쇼핑몰 ‘아트몰링’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쇼핑몰 오픈이 교통체증과 주변 상권에 심각한 피해를 불러올 것이란 지역 상인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21일 쇼핑몰 인근 상인들이 주축이 된 ‘형지쇼핑몰 교통피해대책위원회’는 “사용승인 요건도 안 되는 쇼핑몰 준공을 사하구청과 형지 측은 밀어붙이기식으로 하고 있어, 생존권에 막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트몰링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지난해 3월경부터다. 착공 후 9개월 간 탄탄대로를 달리던 공사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쇼핑몰이 들어서게 될 하단동 주민들이 “2013년 진행한 교통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들은 직접 전문기관에 의뢰해 얻은 교통영향평가를 근거로 제시했다. 쇼핑몰이 주변의 심각한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건 없이 건축허가가 내려진 배경이 석연치 않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아트몰링 통행로는 협소한 편이다. 지하8층~지상 17층에 이르는 대규모 복합 건물의 앞에는 폭 8m의 이면도로가 놓여져 있다. 근방은 쇼핑몰 오픈 전인 지금도 출퇴근 시간엔 오가는 차량으로 혼잡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쇼핑몰이 문을 열면 인근 교통 정체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2013년 이뤄진 교통영향평가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이다.

법정 공방도 불사했다. 형지와 사하구청 담당 공무원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영장은 기각됐고, 상인들은 이에 불복해 지난해 12월 항소를 제기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만 달린 건 아니었다. 갈등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약간의 합의점을 찾기도 했다. 쇼핑몰 앞 이면도로의 폭을 기존 보다 3m 늘어난 11m로 확장하는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그렇다고 갈등이 봉합된 건 아니었다.

◇ 상인들 “정부 지침 어긴 민·관 유착” vs 구 “민원인의 잘못된 해석”

15m. 형지쇼핑몰 교통피해대책위원회가 주장하는 이면도로의 폭이다. 위원회는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교통영향평가 지침에 근거해 교통량이 400대 이상인 지점에 대해서는 이면도로의 폭을 15m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형지그룹의 아트몰링은 시간당 교통량이 579대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국토교통부는 쇼핑몰의 진출입로인 이면도로의 폭이 충분하지 않아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는 결국 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추가 도로 폭 확보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만일 정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준공 승인이 난다면 이는 명백한 특혜이자 민·관 유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부산 사하구청은 인근 상인들이 국토부의 의견을 잘못 해석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밝힌 ‘15m폭’이란 이면도로를 지칭하는 게 아닌, 쇼핑몰 진출입로에 해당하는 주차장의 폭을 뜻한다는 게 부산 사하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오늘부로 형지 쇼핑몰의 사용승인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형지 측 역시 “사하구청이 국토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해 지난 15일 ‘문제 없다’는 답변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의 우려대로 21일 아트몰링의 준공허가가 내려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서부산에 들어설 거대 쇼핑몰을 둘러싼 잡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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