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4년 7월 촬영된 낙동강 달성보 직하류의 녹조현상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관련 사업으로 또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나빠진 수질을 정화시키고, ‘녹조라떼’ 현상을 바로잡겠다며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을 검토 중인 사실이 알려져서다. 사후약방문식 정책으로 혈세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사업 실패 책임에서 나 몰라라 하는 자세를 갑작스레 벗은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 저류지 조성·녹조관리… 봇물터진 수질 관리 정책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4대강 사업의 기수를 자처하는 모양새다. 지금껏 “수질관리는 환경부 소관”이라며 ‘아몰랑’하는 태도로 일관하더니, 최근 들어 사태 수습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요 며칠 사이 대외에 알려진 것만 두 가지다. ‘다목적천변저류지(EFP)’ 도입 사업과 ‘녹조관리’ 대책이 그것이다. 두 사업 모두 4대강 사업으로 나빠진 강 주변 수질과 녹조 현상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다목적천변저류지란 일종의 여과시설이다. 저류지를 하천변에 조성해 상류에서 흘러온 물을 정수해서 하류로 흘려보내겠다는 얘기다. 이는 보가 조성되면서 수질이 악화된 물에 인공호흡기를 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수공이 EFP를 조성하기로 한 지역 10곳은 한강 이포보, 낙동강 달성보, 합천 창녕포 등으로 모두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보가 들어선 곳이다.

하지만 수공은 EFP 사업을 장기적 플랜(차세대 물 관리를 위한 11대 당면과제) 가운데 하나로 설정해 놓고선 부랴부랴 ‘없는 일’이라며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지난 21일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긴 내부 문건이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예산의 액수가 문제였다. 수공이 제시한 11대 과제의 일부인 EFP 사업에만 2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간다고 알려지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수공 관계자는 “EFP 사업은 국토부 등 정부 계획이 반영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국회에 설명한 것 뿐 이었는데,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돼 내부적으로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수공의 또 다른 4대강 관련 프로젝트는 녹조관리다. 여기엔 57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산된 EFP와는 다르게, 녹조관리 사업은 실제 정부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수공 관계자에 따르면 총 사업비 570억원 가운데 340억원 가량은 실시간으로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녹조저감장치 등을 확대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235억원은 녹조제어 R&D에 투입될 예정이다.

관련 법 개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인근 수질을 관리하는 데 있어 환경부 보다, 국토부 소속인 수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 수공 “4대강 이상 징후는 사실… 손 놓고 있을 수 없어”

이에 일각에서는 수공이 갑작스레 4대강 사업 수습에 적극적인 자세로 돌변한 배경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환경부가 수질관리에 소홀한 틈을 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쏠리고 있다.

실제 수공은 4대강 사업 실패의 책임을 수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에 책임을 떠넘겨 온 게 사실이다. 이는 현역 의원의 입을 통해서도 지적된 내용이다. 지난해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자원공사는 4대강 16개 보에 대해 어떤 수질관리목표와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상 16개 보에 대해 수질관리업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천의 수질은 ‘수질·수생태계법’에 따라 환경부 소관 업무인 게 맞다. 하지만 수공 역시 자체 관리하고 있는 29개 댐을 포함해 수질관리 업무를 일부 담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공 관계자는 “전국 곳곳의 하천에서 발생하는 녹조현상이 4대강 사업 때문인지에 대한 인과관계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하지만 보가 들어선 인근의 하천에서 일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건 사실인 만큼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수공이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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