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겸 컬럼니스트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기량 과장이 총괄하고 김창호 학예연구사가 기획한 <밥상지교 특별전>의 전시디자인이 독일 IF디자인어워드 위너(Winner)로 선정됐다. 지난 2016년 미국 IDEA 디자인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고, 일본 굿디자인어워드(Good design award) 위너(Winner)로 선정된 후의 세 번째 소식이다. 출품내용이 전시디자인인 까닭에 다른 인테리어나 건축과는 달리 사진 한 두장에 전시의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인데도 선전한 것이다.

<밥상지교>전은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전시다. 국립민속박물관과 일본 근기지방의 중심도시 오사카에 소재한 국립민족학박물관이 공동기획했다. 지난 100년간 우리와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두나라의 음식문화교류를 주제로 한 전시다. 한일양국의 문화에 대해서 인식이나 공감대가 아직은 무르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미주 유럽 지역의 디자인어워드가 이번 전시를 선택한 것은 우리 문화가 그만큼 세계화되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 2016년 미국 IDEA Design Award와 일본 Good Design Award 에 이어 2017 if Design Award 를 수상한 국립민속박물관 '밥상지교 특별전' 전경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1953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63주년을 맞은 iF 디자인 어워드는 디자인계의 ‘오스카’라 불릴 만큼 세계적인 명성의 시상식으로 심사 과정 역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출품작의 약 25%만이 위너가 된다는 데, 우리 <밥상지교>가 선전한 것은 이만큼 우리 전시디자인(공간큐레이팅)의 역량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공간큐레이팅적으로 시간의 흐름이 아닌 바로 여기 지금이라는 동시대에서의 양국의 식문화 교류를 여과없이 바로 보게 하려고 해봤어요. 전시공간에 대형마트의 식료품코너도 재현하고, 관람이 아닌 마치 쇼핑을 하듯이 공감하도록 디지인했어요. 거기에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양은냄비나 도시락 같은 추억의 아날로그적인 기념품과 가상현실 기법을 도입한 디지털적인 첨단 전시 연출을 통해 관람객의 추억마저도 마치 전시의 일부가 되게끔 해 봤어요. 결국 개인적으로는 전시물이 놓이는 공간을 디자인한 다른 전시와는 달리 관람의 행태 자체를 쇼핑이나 체험 쪽으로 디자인하려고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아요.”

▲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 최미옥 학예연구사
디자인을 담당했던 최미옥 학예연구사는 자신의 블로그 ‘신디의 박물관여행’에 이 같은 취지의 글을 남겼다.

전통적인 국공립 박물관 전시의 고정적인 사고의 틀을 깨는 시도가 관람객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스럽고 편하게 전달되는 덕분에 47만명이나 되는 관람객이 <밥상지교>를 찾았다고 한다. 패션이나 상품디자인 뿐만 아니라 ‘전시디자인’을 통해서도 우리 디자인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가지 소망하고 싶은 게 생겼다. 극우적인 아베정권과 부득이하게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예민한 한일 양국관계를 회복하는 ‘아이콘’으로 <밥상지교>는 어떨까? 향후 국내 및 일본은 물론이고 미주 유럽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의 순회전 등을 통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문화 교류를 세계에 소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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