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서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수사기간 연장이 골자인 특검법 개정안이 끝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야4당은 현 시국을 천재지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보고 직권상정을 추진했으나, 정세균 국회의장이 거절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마지막까지 특검 연장을 위해서 의원들과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검법상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신청을 승인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까지 황교안 권한대행은 “법에 따라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 외에 어떠한 시그널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도 이를 감안한 듯, 정리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수사기간 만료에 대비해 각 수사대상에 대해 공소제기 등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지막까지 추진하는 한편, 이미 재판에 넘겨진 13명에 대한 보강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해 말 출범한 박영수 특검팀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성과는 작지 않았다. 검찰이 기소한 ‘권리남용 및 강요’ 혐의에서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혐의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는데도 성공했다. 삼성의 오너가 구속된 것은 창업 79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밖에 안종범 전 수석의 메모, 또 다른 태블릿PC 등의 증거물을 찾아 미안마 ODA 사업 등 추가 혐의점을 찾아낸 것도 쾌거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조사를 마치고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무엇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극구 부인하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부장관, 김종 전 문화부차관 등이 구속기소 됐다. 이밖에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등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기소한 것도 성과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면조사에 실패했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가로 막혔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던 SK와 롯데 등은 아예 수사를 시작하지도 못했다. 특히 불구속 기소로 가닥을 잡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미진한 측면이 있다. 국정농단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문고리 3인방 중 2명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조건부 공소중지로 넘길 방침이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67.7%가 수사기간 연장에 찬성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등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의 중요 관건은 공소유지다. 특검은 수사종료 기한인 28일까지 최대 20여명에 달하는 관계자들을 추가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이 기소한 사건은 특검법 7조에 따라 특별검사가 공소유지를 맡는다. 문제는 공소유지를 하는데 배려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공소유지를 위해 특별검사보와 공무원 등 업무보조 인원을 둘 수 있지만, 최소한의 범위라는 제한이 있다.

또한 특검이 수사를 진행했으나 기소까지 이르지 못한 사건도 문제다. 특검법상 사건을 인계받은 관할 지방검찰청이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처음부터 수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분석이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특검법 개정안에는 수사기간 연장과 함께 공소유지를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으나, 개정안 처리가 불발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이에 대해 이 특검보는 “수사 못지 않게 공소유지도 중요한 상황이다. 공소유지를 위해 최소한 특검보 및 특별수사관 파견검사 인력이 조정돼야 하고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며 “인원은 파견검사가 20명 있는데 절반 정도는 남아서 공소유지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행 특검법상 최대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지만 특검법 개정안이 무산돼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