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시공사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경기도시공사의 한 고위직 임명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는 모양새다.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후보를 뽑아놓고선, 수개월간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현역 도의원의 지적에도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 ‘전문직 특1급’ 자리에 내려온 자격 미달자

경기도시공사가 부당 채용 논란에 휩싸인 건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행정사무감사가 진행 중이던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공사의 인사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가 오갔다. 한 고위직 인사의 채용 과정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A도시재생본부장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출신인 A본부장은 건설사에 근무한 경력을 인정받아, 공사의 5개 본부장(▲경영기획▲주거복지▲경제진흥▲도시재생▲북부) 가운데 한 자리를 꿰찼다.

‘전문직 특1급’에 해당하는 본부장은 공사 내에서 임원 대우를 받는다. 한해 보수는 상여금을 포함해 1억원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8월 발탁된 A 본부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18년 7월 만료된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도시재생본부장으로 근무해 온 A씨에게는 심각한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행정사무감사 회의록에 따르면 도시공사 본부장의 지원 자격은 크게 4가지다.

▲상장기업체에서 임원급 이상으로 3년 이상 재직자 ▲공무원 3급 이상으로 퇴직한 자 ▲국가 및 경기도 투자기관 임원급 이상으로 1년 이상 근무한 자 ▲정교수 또는 박사학위 취득 후 해당 분야 9년 이상 연구경력자 등이다. 그러나 A씨는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A씨가 근무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상장기업이 아니다. 이 회사에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가량 근무하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A씨가 몸 담았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이란 곳은 비상장사였다. 또 A씨가 경력사항으로 이력서에 기재한 다른 기업에서도 상장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기업 출신인 A씨에게 나머지 조건들 역시 해당 사항이 아니었다.

직책도 논란거리였다. A씨는 이력서에 전 회사에서 ‘이사’로 근무했다고 기재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사항을 지적한 김영환 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7)은 “거기(대우조선해양건설) 이사가 없다. (A본부장이) 이력서에 이사라고 했는데 수석전문위원이다. 수석전문위원이란 자리는 임원이 아니라 부장급이다”고 말했다.

공사는 ‘이와 동등한 자격’이라는 조건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며 응수했지만, 상급기관인 경기도 등에 유권해석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또한 임원 채용 조건에 부합하는 제3의 후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 행정사무감사에도 모르쇠… ‘구렁이 담 넘듯’?

이로부터 3개월 흐른 지금까지도 도시공사는 여전히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논점을 벗어난 이야기로,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는 모습이다.

최근 도의회에서 발표한 ‘2016년 행정사무감사 처리결과’를 보면 A본부장에 관한 내용은 쏙 빠져있다. 함께 지적받았던 ▲보다 조속한 민원 처리 요구 ▲내부인사로 구성된 승진인사위원회 조치 ▲인사평정자료 공개에 관한 처리결과만이 기재됐을 뿐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A본부장 채용은 공사 내 인사위원회가 아닌 별도로 마련된 임용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전직 회사에서 A씨의 이력서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경기도시공사가 원론적이고 본질에서 벗어난 해명으로 일관하면서 A본부장을 둘러싼 인사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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