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후 진술을 서면으로 대신하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저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리인단이 서면으로 대신한 대통령의 최후 진술을 읽었다. 이로써 대통령은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이어 헌재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렸다. 파문은 컸다. ‘거짓말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혔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와 TV인터뷰를 통해 줄곧 수사 협조를 약속해왔던 그다. 때문에 참모들은 대통령이 헌재의 최종 변론만큼은 출석해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의 선택은 ‘불출석’이었다.

◇ 재심 청구 암시… 여론전 실패하면 하야 가능성도

박근혜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는 대리인단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대리인단 내부에서도 헌재 출석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린 상태로 청와대에 전달됐다는 것. 다만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서 신문을 받는 것이 국가 품격을 위해서 좋겠느냐”며 대통령의 헌재 출석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대통령도 출석하는 것 자체가 불명예에 해당한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헌재 출석이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앞서 대리인단 측에선 대통령이 법정에 나올 경우, 최후 진술만 하고 질문 없이 퇴장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헌재 측은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다. 헌재 재판관 또는 국회 측 소추인단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제대로 못하게 될 경우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대통령의 출석은 그간 대리인단에서 주장한 탄핵심판 절차에 대한 부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것은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에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재심 청구와 여론전에 불을 지필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최후 진술을 포기한 것은 헌재 선고 결과에 불복을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손범규 변호사는 최종 변론기일을 앞두고 “8인 또는 7인의 헌법재판관이 사건의 평의·선고를 하면 재심 사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대통령의 불출석은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한 불복과 재심 청구를 암시했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남은 카드는 여론전이다. 지난달 26일 보수 언론인과 기습적으로 인터뷰한 것처럼 장외 변론을 이어가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는 얘기다. 이미 대리인단은 장외 변론을 시작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탄핵심판을 ‘사기’라고 주장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도 “지금이 조선시대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는 노예냐”고 반문하며 선동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하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이 유력하다면, 정치권과 타협을 모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진 사퇴할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한 대통령의 예우는 유지되고, ‘탄핵 대통령’의 오명도 피할 수 있다. 일단 청와대는 자진 사퇴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 대응에 불리할 수 있다는 데 고민이 뒤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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