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그룹 3세 경영인이자, 차기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임상민 전무. <대상그룹>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상그룹 3세이자 후계자로 점쳐지고 임상민 전무의 윤리경영에 금이 갔다. 국민 앞에서 천명한 공정경쟁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서다. 대상은 자사 제품을 ‘간택’해 준 영양사들에게 상품권과 포인트 등 반대급부를 지급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 “우리 제품 써줘”… 영양사에 상품권·포인트 ‘펑펑’

청정원으로 유명한 식품전문기업 대상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안게 됐다.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학교급식에서 불공정 거래를 해 온 사실이 밝혀져서다. 자사 제품을 사용해 준 영양사들에게 보은적 성격의 금품이 건네졌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상은 2년 넘게 영양사들에게 10억원에 가까운 금품을 살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현금과 다를 바 없는 OK 캐쉬백과 백화점 상품권 등이 전국 3197개교 영양사들에게 뿌려졌다.

대상은 식자재 선택권이 영양사들에게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가공식재료는 3단계(제조업체→납품대리점→학교)를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대리점은 매월 학교별로 입찰을 통해 선정되는데, 여기서 영양사가 작성한 주문서는 대리점 선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대상은 영양사들로 하여금 주문서에 자사 제품을 적도로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신의 대리점이 낙찰되도록 유인한 것이다.

구체적인 지급 사례는 다음과 같다. 냉동이나 육가공, 후식류 등의 구매합계가 300만원을 넘으면 캐시백 포인트 3만점이 지급됐다. 1L 짜리 식용류는 개당 포인트 1000점으로 계상됐다. 유명 백화점 상품권도 건냈다. 냉동·육가공식품을 포함한 식단의 구성 횟수가 3회(3회 3만원·4회 4만원·5회 5만원 등)를 넘기면 상품권으로 보은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공정위는 “영양사가 품질과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건전한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행위”라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대상에 대해 과징금 5억2000만원을 부과와 함께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 앞에선 ‘공정거래’, 뒤에선 ‘부당거래’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학교급식 비리에 연루된 대상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다른 업종보다 식품업계에서 기업의 깨끗한 이미지란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대상은 청정원과 초록마을 이라는 청정 느낌을 강조한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 당국의 발표를 더욱 뼈아프다.

특히 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임상민 전무 역시 적지 않은 생채기를 입게 됐다. 국민 앞에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약속했던 임 전무이기 때문이다.

대상은 지난해 연말 임세령, 임상민 전무를 승진시키면서 3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업계에서는 임창욱 명예회장의 두 딸 가운데서도 동생인 임상민 전무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지분율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임상민 전무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대상홀딩스의 최대주주(36.71%)다. 반면 언니 임세령 전무의 지분율은 20.41%에 불과하다. 또 임상민 전무는 핵심 계열사인 대상(주)에서 식품BU 전략담당중역과 소재BU 전략담당중역을 동시에 맡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임상민 전무는 지난 2015년 국감에 출석해 회사를 대표하는 인물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당시 식자재유통업 계열사인 대상베스트코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체류 중이던 미국에서 즉시 귀국했다. 당시 식자재유통업의 대기업 진출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 국감 자리에 임 전무는 “상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대상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와 발표와 관련해 “공정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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