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지 제공 ‘누구의 눈치 봤나’

▲ 롯데는 지난해 3.1절을 기념해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 태극기와 ‘대한민국 만세!’ 메시지를 부착했다. 그러나 완공 이후 래지던스 분양이 시작됨에 따라 앞으로는 외벽에 게시물을 설치하지 않을 방침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강경식 기자] 재계 5위의 글로벌 유통업체 롯데그룹은 2015년 발발한 ‘형제의 난’부터 최근 ‘상주 사드 부지’까지 정체성과 관련한 의문을 명확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98년을 맞이한 삼일절을 기념해 ‘롯데그룹’ 전반에 걸쳐 아직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일본 우선주의’의 실체를 살펴본다.

◇ ‘일본 롯데’, ‘일본 기업’

지난해 일본 롯데가 베트남에서 생산해 인도네시아로 공급하던 자일리톨껌이 화제가 됐다. 국적 논란이 일던 차에 롯데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시켰기 때문이다. 롯데는 제품 로고와 함께 ‘JAPAN BRAND’라는 표현을 기재했다.

앞서 불거진 롯데의 한‧일 차별도 지속적으로 화제를 생산했다. 일본 롯데리아와 한국 롯데리아 제품의 원재료 성분이나, 롯데제과의 아몬드 초코볼 성분함량과 용량 등 한‧일 차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또 롯데가 들여온 일본회사가 거두는 이익이 국내에서 재투자 되지 않는 점도 비난받았다. 특히 유니클로의 운영행태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국내 의류시장을 점령한 유니클로의 운영사 에프엘알코리아는 롯데그룹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51%는 유니클로의 본사인 일본기업 패스트리테일링이 갖고 있다. 롯데그룹은 전국의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에 유니클로 매장 오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유통망 확대에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온 유니클로는 지난해 275억원을 배당했다. 순이익의 33.3% 수준이다. 2011년 72억원, 2012년 240억원, 2013년 139억원, 2014년 268억원, 2015년 398억원 등 국내 시장에 자리를 잡은 이후 배당은 유지됐다.

이로 인해 패스트리테일링은 국내 유니클로에서 발생한 이익에 따른 배당을 지속해서 받아왔다. 패스트리테일링은 에프엘알코리아로부터 매출 이익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그리고 에프엘알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기준 3,227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이익잉여금을 꾸준하게 늘린다는 사실은 기업이 재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증대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니클로의 국내 생산공장이 확인된 바 없고, R&D 센터 또한 국내에 없으며,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은데다 정규직의 급여수준마저 낮은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적어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위한 유니클로의 재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그룹의 이익추구에 매진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 아직 일본의 ‘광윤사’가 ‘롯데’의 주인

여전한 광윤사의 롯데그룹 영향력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의 증여세 2,100억여 원을 대납하면서 롯데그룹 지배에 재도전하는 모양새다. 그 가운데 광윤사가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왔던 신동주 회장은 최근 보유중이던 롯데쇼핑 주식의 일부인 173만883주(5.5%)를 블록딜을 통해 매각했다. 또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의 주식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대주주로 양국의 롯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따라서 신동주 회장측이 ‘광윤사를 지배하는 것이 롯데그룹을 지배한다’는 공식을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호텔롯데가 상장됐다면 대량의 신주 발행에 따라 신동주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었으나 상장이 지연됨에 따라 신동주 회장에게 아직 기회는 있는 셈”으로 풀이했다. 신동주 회장 측은 블록딜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구나 롯데그룹이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혁신안의 실행은 지지부진하다. 신동빈 회장으로선 주주들의 지지와 국민적 여론을 동시에 등에 업으려 했으나 호텔롯데의 상장과 투자‧고용 확대 등 주요 사안이 내‧외부 변수에 의해 미뤄지고 있는 사정이어서 또 다시 경영권을 두고 다툼을 벌일 여지는 충분하다.

◇ ‘사드부지’ 누구의 눈치를 봤나?

3.1절을 하루 앞둔 28일 롯데그룹은 보유하고 있는 경북 성주 롯데스카이힐골프장(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는 것을 이사회를 통해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라 롯데측도 고심 끝에 내놓은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미 진출한 중국내 사업은 사드부지 이슈가 떠오르던 시점부터 중국정부로부터 피해를 받고 있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중국내 전면 철수설 마저 수면위로 떠올랐다.

고강도 규제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결정한 롯데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국가정책을 거스를 수 없지만 결정하는 과정은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형제의 난부터 최순실 게이트까지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온 롯데로써는 국익을 추구하는 태도를 보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가 국내 사드 배치를 찬성해온 일본 여론을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사드를 추진해온 정권은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고 여론 또한 사드배치에 대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의 이번 선택은 의미가 크다”며 “경영권이 약해진 신동주 회장이 일본 주주들의 의견을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 제기했다.

실제로 일본정부와 언론은 앞서 한국내 사드 배치에 대해 ‘지지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롯데의 부지 제공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사드배치가 일본의 국익과 연결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내수시장에서 롯데의 이미지는 개선될 조짐이 없다. 이사회에 앞서 부지 제공에 대해 롯데측이 내놓았던 “국가 안보를 위한 결정” 입장에 대해서도 “어느 나라의 안보를 위한 것이냐”는 조롱마저 나왔다.

한편 롯데는 지난해 3.1절을 앞두고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대한민국 만세!’ 메시지를 부착했다. 또 2015년 8월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롯데월드타워 70층에 가로 36m, 세로 24m의 초대형 태극기와 광복 70주년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을 부착했다.

하지만 해당 현수막에 대해 옥외광고물 논란이 일었다. 롯데측이 태극기 아래 ‘LOTTE’ 로고를 넣은 현수막을 계속해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검찰은 롯데월드타워 외벽 게시물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완공 이후 레지던스 분양 문제로 향후 현수막등 외벽 게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외벽 게시물의 부착에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완공 이후 레지던스의 분양이 시작됨에 따라 조망권 훼손을 우려해 앞으로도 부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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