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앤틱 '포켓몬고'<포켓몬고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포켓몬GO’ 열풍 이후 국내 게임사들의 AR(증강현실) 게임 개발이 활발하다. VR(가상현실)을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꼽던 게임업계가 AR로 판도를 바꾸는 모양새다. 이와 동시에 포켓몬고와 흡사한 ‘한국형GO’들도 다수 포착된다. 그러나 포켓몬고의 대항마로 나서기 위해선 콘텐츠 차별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 이름에 ‘GO’ 하나만 붙이면 “AR?”

작년 여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되던 나이앤틱의 ‘포켓몬고’가 최근 국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약 7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1월 24일 국내 상륙에 성공했다. 깜짝 출시 직후 애플 앱스토어 매출 2위를 달성하는 등 신드롬을 다시 한 번 일으켰다.

AR게임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국내 게임업계에서 포켓몬고의 성공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국내 게임 업계는 너도나도 이른바 ‘포케노믹스’에 발을 걸쳤다. ‘뽀로로GO’ ‘크레용팡 GOGO’ ‘몬타워즈GO’ ‘터닝메카드GO’ 등이 작년 말부터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약속이나 한 듯 이름 뒤에 ‘GO’를 붙인 이 게임들은 ‘포켓몬고’의 대항마로 야심차게 나섰다. 그러나 출시 후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출시가 미뤄지는 사례가 속출했다. 오히려 공개된 진행방식 및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돼 독자적 콘텐츠 개발이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 '터닝메카드고(왼쪽)'와 '포켓몬고'<플레이화면 캡처>
이달 16일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IP를 활용한 AR게임 ‘터닝메카드 GO’가 출시됐다. 모바일게임 전문업체 1.4인터랙티브가 개발 및 서비스를 맡았다. 진행방식은 포켓몬고와 유사하다. 지도상에 나타나는 메카니멀을 메카드 한 장을 소모해 획득하는 것이다. 포켓몬고의 몬스터 포획과 동일한 개념이다.

관공서, 교육시설 등에 설치된 ‘메카드스탑’에서는 몬스터 획득에 필요한 메카드 등 아이템을 5분에 1번 씩 얻을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설치된 ‘포켓스탑’에서 5분에 1번 씩 포켓볼을 얻는 포켓몬고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일부 유저들로부터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작년 8월 출시된 아이아라의 ‘크레용팡 고고’는 출시 전 공개된 스크린샷부터 논란을 빚었다. 플레이 방식과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이 포켓몬고와 너무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몬스터를 포획할 때 나오는 카메라 화면이나, 포획한 몬스터를 확인할 수 있는 메뉴 등이 흡사하다는 것이다. 당시 개발사가 포켓몬고의 특징 일부를 참고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파장이 확산된 바 있다.

◇ IP 파워는 한계… 꾸준한 개발이 ‘돌파구’

작년 8월 출시를 약속했던 소셜네트워크의 ‘뽀로로GO’는 아직까지 출시가 감감무소식이다. 당시 소셜네트워크는 국내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 IP를 활용해 교육적 요소를 가미한 증강현실 게임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지난 해 8월 출시를 계획했지만, 시일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는 현재 ‘홍바오GO’라는 다른 AR사업을 진행 중이다. AR 전용 미술관에서 홍바오고를 다운받은 뒤 작품에 비춰 숨겨진 동전 조각을 찾는 이벤트성 게임이다.

▲ 엠게임 '캐치몬'<엠게임 제공>
그나마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엠게임의 ‘캐치몬’이다. 지난해 11월, 12월 2차례의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바 있다. 출현한 소환수의 체력을 깎아 카드를 수집하는 방식이 기존 몬스터 수집형 AR게임과 차별화된다. 이 외에도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카드게임 등 추가 콘텐츠가 보강됐다.

엠게임 관계자는 “포켓몬고 덕에 국내 유저들이 위치기반 AR게임에 대한 이해와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 AR게임과 다른 플레이 요소를 도입해 확실한 한국형 AR 모바일게임으로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형 포켓몬고’를 천명한 게임들이 AR 모드만 갖춘 게임을 급속히 내놓으면서 완성도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며 “포켓몬고는 확고한 글로벌 IP 파워가 있었던 반면, 국내 게임사들은 꾸준한 개발과 투자를 바탕으로 한 독자적 콘텐츠에 승부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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