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12월1일 발족한 이후 2월28일까지 90일간의 공식 수사기간을 종료했다. 이날까지 총 31명을 기소한 특검팀은 내달 6일 지난 활동 내역과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는 마지막 출근길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표정은 진지했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공식 수사기간이 종료되는 28일, 그는 취재진들로부터 소회를 묻는 질문마저 사양했다. 대신 윤석열 수사팀장이 한 마디 남겼다. 수사 결과를 검찰에 이관하고 나서도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많이 돕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도 이날 어김없이 브리핑을 진행하며 “공소유지가 중요하다. 끝까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그랬다. 특검팀은 아직 할 일이 남았다.

특검팀은 지난 90일 동안 총 31명을 재판에 넘겼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출범한 12차례 특검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대로 특검팀에겐 부담이기도 했다.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피의자들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기소한 피의자들의 재판은 특검이 맡는다. 문제는 인력이다. 특검법에서 정해놓은 최소한의 인원만으로는 유죄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 특검팀에서 공소유지를 위해 파견 검사 절반 수준인 10여명의 잔류를 희망하는 이유다.

◇ 박근혜 피의자로 입건… 헌재 파면 결정 시 강제 수사

특검팀은 인력 축소에 따라 사무실 이전까지 준비해야 한다. 어수선한 상황이지만 분위기는 차분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컸을 뿐이다. 내부에선 수사 목표 가운데 70% 정도 달성했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거물급을 구속시키는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미완으로 끝난 수사가 30%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면조사 무산이 그 일례다. 결국 특검팀이 남긴 숙제는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아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 특검팀의 윤석열 수사팀장, 박충근 특검보, 이규철 특검보, 이용복 특검보(사진 왼쪽부터)는 공식 수사기간이 종료됐으나 수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뉴시스>
이를 위해 특검팀은 국정농단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뒤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당초 기소중지(수배) 처분을 검토해왔으나 마지막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검찰이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련 근거가 준비돼있기 때문에 피의자로 입건한 뒤 검찰에 사건을 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게 되면, 검찰은 즉각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강제 수사할 수 있게 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기소 대신 수사결과를 검찰에 이첩하기로 했다. “지금 기소할 경우 개인 비리를 비롯해 여러 의혹 등을 수사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다. 사실상 재수사를 염두에 둔 조치다. 실제 특검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성공시키지 못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에선 소명 부족과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뿐만 아니다. 특검팀은 특별감찰관실 해체 및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 등에 손도 대지 못했다.

대기업 수사는 지금부터다. 그동안 특검팀은 삼성그룹을 정조준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밝히기 위한 징검다리였던 것. 두 번의 구속영장 청구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키며 수사 의지를 보여줬다. 반대로 SK·롯데·CJ 등 뇌물 공여 의혹을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삼성 수사 결과를 보면 나머지 대기업에 대한 수사 결과도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검찰에서 어렵지 않게 처리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조사다. 현재 덴마크에 구금 중인 정씨는 귀국할 의사가 없다. 특검팀이 지난해 12월20일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국내 송환을 추진했으나 덴마크 현지조사가 늦어지면서 국내로 불러들이지 못하고 있다. 송환 여부는 다음달 22일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송환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정씨가 송환 결정에 반발해 현지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의 수사 의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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