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오는 4월 분사하는 반도체 사업부 매각 조건을 변경했다. 고용유지를 우선으로 하고, 지분 100% 매각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분 100% 인수를 원하는 기업에겐 20~30% 가량의 프리미엄을 요구, 최대 2조5,000억엔(약 25조1,000억원) 가량의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앞서 추진한 매각방침에서 재수정된 것이다. 당초 도시바는 분할 반도체사업부의 지분 20% 미만(19.9%)을 매각해 경영권 유지를 노렸다. 하지만 미국 원자력 사업의 손실액이 예상을 초과하자 지분 50%까지도 매각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이후 주요 거래 은행들의 압박에 매각 지분을 100%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든 SK하이닉스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지분매각 초기부터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후 도시바가 매각 지분을 50% 이상 늘린다고 밝힌 뒤에는 10조원이상의 배팅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성공 시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2위로 오를 수 있고, 부족한 3D낸드 플래시 기술 확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선 2위를 기록 중이지만, 낸드플래시에선 5위에 머물러있다.
다만 일각에선 덩치가 커진 만큼 SK하이닉스가 쉽게 뛰어들긴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온다. 수년간 이익금이 쌓였고 차입여력도 뛰어난데다 최태원 SK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지만, 25조원의 인수대금은 큰 부담이다. 자칫하면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변수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반도체사업 지분 100%를 한 업체에 매각하려다보면 일본 내 반독점 심사 등으로 기간이 길어진다. 자본잠식에 빠진 도시바로선 올해 내 매각완료를 위해 분할매각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SK하이닉스는 일정지분 매입에 따른 기술공유 등의 조건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를 둘러싼 셈법이 깊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