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이 28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투명경영의 의지를 담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2008년 당시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발표한 쇄신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삼성그룹이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미래전략실 해체와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 전환이 핵심이다. ‘뉴 삼성’으로 거듭나기 위한 ‘용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삼성이 발표한 쇄신안이 지난 2008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 특검 수사종료 시기 맞춰 쇄신안 발표… 투명경영 의지 천명 

삼성은 그동안 특검 수사가 종료되면 미래전략실 해체 등을 포함한 고강도 쇄신안을 발표한다고 밝혀왔다. 실제 삼성은 특검 활동이 공식 종료된 28일 오후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특검의 활동 종료 시점에 맞춰 경영쇄신안을 발표함으로써 투명경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쇄신안 내용은 크게 5가지다. △미래전략실 해체(실장 최지성 부회장, 실차장 장충기 사장 및 전팀장 사임) △각사 대표이사와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그룹 사장단 회의 폐지) △대관업무 조직 해체 △일정 기준 이상 기부금, 이사회 승인 후 집행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승마협회장 사임) 사임 및 승마협회 파견 임직원 소속사 복귀 등이다.

정리하자면, 그룹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고 인사 및 대관을 총괄했던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가 해체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계열사 자율경영·독립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 삼성의 쇄신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된 초유의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사진은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미래전략실 해체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투명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풀이된다. 미래전략실은 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긍정적 역할도 했지만, 경영권 편법 승계나 정경유착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앞서 삼성은 전경련을 탈퇴하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에 내놓은 쇄신안에도 정부와 국회를 담당하던 대관 조직을 없앤다는 내용은 주목할 만 하다. 10억원이 넘는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등에 대해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의무화한 결정 역시 돋보인다. 기부금 지출 기준을 기존 500억원에서 50배 이상 강화한 것인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된 초유의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삼성의 자구책인 셈이다.

◇ 반복되는 위기탈출 전략… 이번엔 약속 지킬까

다만 일각에서는 실망의 시선도 나온다. 이미 삼성은 위기 때마다 △책임자 퇴진 △그룹 컨트롤타워 해체 △계열사 자율경영 강화 △대국민사과 △사회환원 발표 등 ‘똑같은 카드’를 써왔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 퇴진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와 계열사별 독립경영 △사건의 핵심인사(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퇴진 등을 골자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 삼성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 퇴진 △그룹 전략기획실 해체와 계열사별 독립경영 △사건의 핵심인사(이학수 부회장·김인주 사장) 퇴진 등을 골자로 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사진은 2008년 4월 22일 이건희 회장 퇴진을 포함한 경영쇄신안 발표하고 임직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모습. <뉴시스>
당시 언론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 해체’ 발표를 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전략기획실은 2년 뒤 현재의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간판만 바꿔달고 부활했다. 과거 전략기획실의 기능과 역할 또한 이어받았다. 이에 앞서 삼성은 2006년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불법 정치 자금 조성 및 증여 사실이 드러나자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고 규모도 축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다. 2008년 당시 퇴진을 발표했던 이건희 회장은 슬그머니 제 자리를 찾았고, 김인주 사장 역시 시간이 흐른 후 계열사 임원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이번에 발표한 쇄신안 역시 2008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전략실’을 대체할 다른 조직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기능을 유지하는 어떤 조직도 두지 않은 채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진행한다는 방침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에 보내는 신뢰는 그리 두터워 보이지 않는다. 삼성이 그만큼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등에선 어쩌면 이번이 삼성에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삼성의 총수가 구속되는 창사 이래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만큼 더이상은 대중의 시선을 꼼수로 피해갈 순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다시 ‘간판만 바꿔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세간의 시선을 불식시키고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지, 삼성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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