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고, 2등은 본인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 살고 나온 사람”이라고 원색적인 말을 남겼다. 실명을 직시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한 대목이다. 차기 대선을 노리는 홍준표 지사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담겨있다는 게 정가의 공통적인 평가다.

홍 지사의 이 같은 행보는 사실 충분히 예측됐다. 자극적 언사로 이슈를 만들어 여론을 환기시키는 수법은 홍 지사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를 ‘한국판 트럼프’라고 비유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강용석 전 의원은 “전략적으로 이슈를 만들고 싸우는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대선주자 가운데서는 후발주자로 평가 받는 홍 지사가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할 것이라는 예측은 정치권 관계자 다수가 짐작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홍 지사 입장에서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정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를 한 차례 흔드는 동시에, 반문진영의 표심을 자신에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밴드왜건’ ‘언더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후발주자가 선행주자를 공격함으로써 인지도를 올리는 것은 정치권에서 비일비재하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충분히 대선주자로서 자격이 있다"며 아예 홍 지사를 적극 독려하는 모양새다.

물론 저격수 역할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립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인지할만한 ‘스토리 텔링’이 필수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홍 지사는 ‘문재인 저격수’로 나름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시절 야당과 끊임없이 싸웠고, 복지담론 등 보수와 진보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남도 ‘무상급식 중단’ 사태 당시에는 문 전 대표와 직접 충돌했던 경험도 있다.

▲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ICT현장리더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당혹스러운 것은 문 전 대표 측이다. 무시하자니 껄끄럽고, 대응하자니 홍 지사를 오히려 띄워주는 효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한 듯 문 전 대표는 ‘홍 지사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촛불혁명이 완성돼야 한다”고만 했다.

문 전 대표가 다소 곤란한 상황에 처하자 도움을 준 인물은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다. 민병두 의원은 홍 지사에 대해 “유죄를 확신한다. 그럴만한 제보도 갖고 있다. 검찰에서 요청하면 협조할 생각”이라며 “(홍준표는) 홍 트럼프가 아니라 홍 아베다. 억지주장과 침탈의 언어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 입장에서 민 의원은 껄끄러운 상대다. 다름아닌 민 의원이 ‘홍준표 저격수’로 통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야권 비례대표 의원이던 민 의원은 홍 지사의 지역구인 동대문을 출마를 선언했다. 동대문을 지역은 여권의 오랜 텃밭으로 26년 간 야권의 깃발을 허용한 역사가 없었다. 첫 도전에 실패한 민 의원은 2012년 재차 도전, 홍 지사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전통의 여권 텃밭을 빼앗긴 굴욕을 맛 본 홍 지사는 결국 ‘정계은퇴’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홍 지사를 상대하는 민 의원의 모습에서 여유로움까지 느껴진다. 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012년 총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던 입장에서 패자의 거취에 대해 논하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아 조용히 있었는데, 참고 참다가 몇 마디 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홍 지사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2012년 개표방송이 진행되자마자 트위터에 정계은퇴한다고 하고 3번을 당선시켜 준 동대문을 바로 떠나고, 정치를 떠나 봉사하는 제3의 인생을 살겠다고 한 바 있는데 도지사로 나서고 대통령 후보 하겠다는 것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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