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공학적 측면에서 안희정 지사의 행보는 지극히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민주당지지층 사이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후발주자인 안 지사가 역전하기 위해서는 중도보수층 공략이 필수적이다.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제를 채택,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선거권이 있는 국민이라면 제한 없이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외연확대’의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최근 안철수 전 대표의 행보는 중도·온건 노선에 정확히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진영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의 집회불참을 처음부터 당부했고, 안보 분야에서는 사드배치를 사실상 수용하면서, 안정감을 심는데 주력했다.
선거경험이 많은 자유한국당 소속 한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보수진영은 한 명의 후보로 표심이 결집되진 않을 것 같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보수가 분열했고, 보수후보가 나오더라도 지지층을 결집시킬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보수지지층들도 누구를 찍어야할지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보수층 다수는 자기가 지지하는 ‘최선’의 후보가 아닌 ‘차악’이라고 생각되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역선택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른바 '역선택' 논란은 민주당 대선경선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상대진영 지지자들이 대거 선거인단에 참여해 일부러 본선 경쟁력이 약한 후보를 뽑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사모 등 극우사이트에서는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에서 ‘역선택’을 독려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업무방해로 고발할 수 있다”며 법적 대응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우상호 원내대표가 말했듯이 “역선택은 실체가 없는 개념”이라는 데 보다 무게가 실린다. 백만 단위로 참가하는 대선경선에 목적을 가진 소수집단의 의도가 먹혀들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역선택’이라는 개념은 경선에서 패배했던 후보의 ‘핑계거리’나, 상대후보를 폄하할 정치적 목적에서 사용됐던 사례도 많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는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를 ‘역선택’이라는 프레임으로 폄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지사도 ‘역선택’ 논란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2일 한 시사방송에 출연한 안 지사는 “소수의 집단이 민의의 흐름에 장난을 칠 수 없다”며 “역선택을 당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얘기하고, 안희정이 역선택의 수혜자라고 여겨지는 게 불쾌하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