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의 향토 주류기업 보해양조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내이사로 영입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보해양조 / 뉴시스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호남의 향토 주류기업 ‘보해양조’가 연일 화제다. 재야 거물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외이사로 내정된 소식이 알려져서다. 그 배경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향토 주류기업 사외이사에 영입된 재야 거물

그야말로 깜짝 ‘콜라보’다. 2013년 정계 은퇴 후 방송과 집필활동에만 전념해오던 ‘야인’ 유시민 전 장관이 기업과 손잡았다. 자타공인 진보지식인으로 평가받는 유 전 장관에게 기업 사외이사라는 새로운 커리어를 쌓게 해준 곳은, 전남 목포를 연고를 하는 주류기업 보해양조다.

2일 보해양조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유 전 장관을 새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에 대한 사외이사 신규선임 여부는 오는 24일 이 회사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이날 주총에서 통과되면 유 전 장관은 처음으로 기업 사외이사로 3년간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의외의 조합’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성사 여부를 판가름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유 전 장관의 재가가 이미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일이라 호기심에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전 장관의 기업행이 연일 화제를 낳고 가운데, 이제 세간의 관심은 보해양조의 의도에 쏠리고 있다. 마치 이벤트라도 하듯 갑작스레 거물 정치인을 회사에 끌어들인 이유에 재계 호사가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기업적 정서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진보 성향의 유 전 장관을 점찍은 배경에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일단 홍보 목적의 마케팅 차원이란 분석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보해양조는 벌써부터 유 전 장관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모습이다. 평소 여론의 바로미터라 불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창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보해양조의 이름은 유 전 장관 영입 소식이 전해진 2일 밤부터 연신 오르내리고 있다. 하루가 지난 3일 오후까지도 상위차트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급기야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3일 오후 2시30분을 전후해 보해양조의 공식 홈페이지가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트래픽양이 초과되면서 접속이 차단됐다. 이후부터 홈페이지는 복구와 다운이 반복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시민 전 장관의 파급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반응이 이렇게까지 뜨거울 줄은 회사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 실적악화에 연예인도 안 먹혀… 신개념 마케팅?

최근 보해양조가 처한 사정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보해양조는 영업손실 6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창해에탄올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맛 본 적자였다. 창해에탄올은 지분 31.19%를 보유한 보해양조의 최대주주로, 임지선 대표의 부친 임성우 회장이 이끌고 있는 주정회사다.

원인은 지나친 공격 경영이었다. 올해 33세의 젊은 리더 임 대표는 탈호남을 선언, 수도권 주류시장 공략에 만전을 기했다. 2015년 출시돼 큰 반향을 일으킨 ‘부라더소다’를 필두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영업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판매관리비가 상승했다.

하지만 부라더소다의 인기는 금새 시들해졌고, 소주 ‘아홉시반’의 판매도 급감하면서 5년 만에 적자성적표를 받아들 게 됐다. 연예인을 활용한 스타마케팅 역시 시원찮다. 지난해부터 걸그룹 ‘걸스데이’가 새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술탄 오브 콜라’ 등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이처럼 사면초가 상황에서 이뤄진 유 전 장관 영입에는 고도의 홍보 전략이 깔려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시민 전 장관 영입 소식이 폭발적인 이슈가 될 수 있는 건 사실이나, 실제 제품 구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유 전 장관은 호불호가 강한 인물이라는 것도 보해양조에게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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