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국약품 어준 부회장.<안국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오너체제로 회귀한 안국약품의 1년 성적표가 초라하다. 그간 ‘남의 약’ 판매로 이뤄낸 실속 없는 성장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성장 동력을 제시해야 할 오너일가는 R&D 비용 증액 대신,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월 부회장에 오른 2세 경영인 어진 부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 ‘남의 약’ 신기루 사라지자 실적 ‘폭삭’

안국약품의 오너체제 1년 성적표가 나왔다. 안국약품은 작년 4월 정준호 사장의 돌연 사임 이후, 어준선·어진 각자대표 체제로 회귀했다. 정 전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는 처음으로 회사 대표자리에 올랐으나, 4개월 만에 일신상 이유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된 안국약품의 실적은 최근 내리막을 걷고 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지난해 매출이 1,743억으로 전년에 비해 11.8% 줄었다. 수익성 악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영업이익은 65.9% 내려간 44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7.4% 크게 하락했다.

갑작스런 실적악화에는 그간 안정적 매출을 내던 도입신약들의 이탈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안국약품은 최근 다국적제약사와의 도입약 판권이 일제히 종료됐다.

안국약품의 대표 도입약인 아스텔라스의 ‘하루날디’와 ‘베시케어’, 화이자의 ‘비아그라’의 판권이 작년 말 원 개발사에게 돌아갔다. 현재 하루날디와 베시케어는 보령제약이 판매한다. 비아그라는 제일약품에 판권이 돌아갔다. 견조한 실적을 내던 도입약 부문에 매출 공백은 실적에 곧장 반영됐다.

안국약품의 ‘남의 약’ 판매 의존도는 매년 심화되는 추세였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국약품의 전체 매출 중 상품매출 비중은 2010년 2.8%에서 2015년 25.3%로 급속 성장했다. 도입약 판매에 지나치게 치중된 매출구조라는 지적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코마케팅 만료에 따라 상품매출이 감소했다”며 “여기에 웰빙시장 성장 감소도 전체 매출에 영향을 끼쳤고, 자연적으로 영업이익도 감소하게된 것”이라고 밝혔다.

◇ 오너일가 배당잔치… 개발역량 강화 ‘숙제’

성장세가 한풀 꺾였지만 배당성향은 오히려 확대됐다. 안국약품은 최근 공시를 통해 1주당 22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매당금 총액은 25억2,000만원이다. 오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이 승인되면 1개월 내로 주주들에게 지급된다. 작년 순이익 11억원의 2배가 넘는 고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액의 절반은 안국약품 지분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어준선 회장 일가에 돌아갈 예정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국약품의 오너일가 측 지분율은 49.66%다. 어진 부회장이 22.68%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어서 어준선 회장 20.44%, 차남인 어광 안국건강 대표가 3.27%를 보유하고 있다. 회장일가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12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현금 여력을 배당에 쏟으면서, 정작 연구개발 투자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회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014년 13%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15년엔 8.1%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 또한 약 100억원에 그쳐, 자체 개발 역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국약품은 작년 1월 장남 어진 부회장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2세 경영 시대를 본격화했다. 어 부회장은 취임 이후 종합비타민제 ‘토비콤 골드’를 출시하는 등 일반의약품으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전문의약품에 회사 전체 매출 70%가 편중된 구조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어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 경영 키워드로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다. 도입약이라는 안정적인 매출기반이 사라진 현 시점에, 신약개발 역량 강화 및 신규 매출원 창출에 대한 어 부회장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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