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성남시장과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가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열띤 공방을 주고 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강하게 맞붙었다. 6일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산해야 될 적폐세력들과 손잡겠다는 분이 있다”며 ‘대연정’을 주장한 안희정 지사를 정조준 했다. 안희정 지사는 “의회의 협치 정신이야말로 개혁과제에 이르는 길”이라고 맞불을 놨다.

본질은 청산해야할 기득권 세력의 범위를 어디까지 규정하느냐의 차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유한국당과 재벌 등 굉장히 넓은 범위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특정했다. 자유한국당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부역자라는 점에서, 재벌은 정경유착의 뿌리라는 판단에서다. 이 시장은 “불법을 자행하는 기득권자와 싸울 후보가 누군지 판단해야 한다. 친재벌 후보가 집권하면 우리 삶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안희정vs이재명, 기득권 청산 대상 놓고 ‘으르렁’

이에 반해 안희정 지사는 ‘연정과 협치’의 대상으로 봤다. 자유한국당이라도 개혁과제에 동참한다면 얼마든지 대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아가 다수파를 구성해 국가개혁에 나서는 것은 “정당정치에 합치된다”고도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보다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안 지사의 주장이다. 두 후보의 평행선은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큰 대립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정확히 두 사람의 중간에 위치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현 야당만으로도 의회과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민의당·정의당과의 ‘소연정’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국정농단한 정당”이라고 규정했고, 바른정당도 “자유한국당과 다르지 않다”고 혹평했다. 정치적으로는 ‘야권통합정부론’을 말한 이 시장과 같다.

다만 재벌 등 경제에 대해서는 안 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법인세 논의에서 두드러지는데, 이 시장의 경우 법인세 인상을 재벌개혁의 주요과제로 놓고 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재벌개혁과 법인세 인상은 다르다”며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가장 마지막 재정정책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이 시장은 “재벌개혁을 말하면서 실제 내용은 재벌에 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중간지점 택한 문재인 ‘왜’

▲ 6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 정치권에서는 "선한 의지" 발언의 후폭풍으로 분석하고 있다. <데이터=리얼미터>
이처럼 문 전 대표가 ‘기득권 청산’ 문제에 다소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대선본선을 대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가 강하게 ‘기득권 청산’을 주장하면, 이는 보수층에게는 정치보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여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강한 문 전 대표의 보복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MB를 가만히 놔두겠느냐”고 했다. 대선본선에 문 전 대표가 나설 경우, 보수진영의 역공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그렇다고 문 전 대표입장에서 ‘적폐청산’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적 분노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야권지지성향이 강한 유권자일수록 ‘적폐청산’에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의 관건으로 ‘기득권 청산’을 요구하는 지지층과 ‘정치적 안정’을 원하는 중도 및 보수층을 적절히 아우를 수 있는 지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굉장히 예민한 문제라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안 지사의 사례가 일부 선행학습이 됐다는 것이다. 앞서 안 지사는 ‘대연정’을 통해 기존 야권과 중도보수 일부의 지지를 동시에 받았다. 이를 동력으로 한 때 20%대 지지율의 벽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한 의지”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지금은 큰 폭의 지지율 하락국면을 맞이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의 지지율은 12.6%로 지난주 대비 6.3% 포인트 하락했고 2위 자리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14.9%)에게 내줬다. 어느 수준까지는 중도행보가 긍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임계점을 초과하면 역풍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2월 27일부터 3월 3일까지 전국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무선 ARS 및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 포인트, 전체 응답률은 7.5%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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