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 전면 재검토와 국회 비준 절차를 밟는 등 공론화 이후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문캠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첫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빠른 전개다. 한·미 간 사드 부지 공여가 완료되지 않은 데다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기지조성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오로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설명했다. 북핵이 고도화·가시화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사드의 조속한 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다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대못박기’라는 것.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가 줄곧 우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차기 정부에서 사드 배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국방부는 “정치 일정을 고려해 판단한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도리어 속도전을 예고했다. 구체적 일정에 답할 순 없지만,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 문재인 신중론 vs 안희정 현실론 vs 이재명 무용론

야권으로선 불리한 국면이다. 자칫 안보 프레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불과 며칠 앞두고 또다시 진영 논리와 찬반 논란으로 빠졌다. 때문에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야권의 대선주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의 경선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사드 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양국이 합의한 만큼 그 결정을 보장하되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뉴시스>
우선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전략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한·미 동맹을 고려해 합의 사실 자체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다음 정부로 (사드 문제를) 넘기는 것이 우리 국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공을 넘겨받은 다음 정부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국회 비준 절차를 거치고, 한·미와 한·중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문재인 전 대표는 6일 오마이TV가 주관한 민주당 경선토론회에서 “다음 정부에서 사드를 재검토하되 결론을 어느 한쪽으로 예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략적인 모호성을 필요한 순간까지 유지할 필요도 있는 것이 외교”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음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순리’를 강조했다. 나아가 캠프에서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광온 의원은 “탄핵 정권이 오기 부릴 일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사드 배치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미 합의된 만큼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이유는 문재인 전 대표와 같다. 한·미 동맹을 고려해야 하고, “국가 간에 이미 협상해 놓은 걸 이제 와서 뒤집는다는 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해법은 달랐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겪은 후로 미뤘지만, 안희정 충남지사는 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보장’할 생각이다. 단, 정상적인 절차 진행을 강조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가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위협만 된다는 것. 그는 정부의 ‘사드 알박기’로 보고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 <뉴시스>
문제는 중국의 압박이다. 이에 안희정 충남지사는 7일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조찬 세미나에서 “중국의 많은 지도자에게 한·미 동맹이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중국 지도자는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군사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정부가 전격적인 사드 배치 작업을 알려오자 “속도전을 치르듯이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안보에는 도움 되지 않으면서 경제적 피해와 동북아를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부당한 요구는 거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때문에 안희정 충남지사로부터 “한·미·일 군사동맹을 중국 봉쇄전략으로 확정하는 발언은 외교 전략에서 위험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사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리어 민주당 후보들이 공동으로 사드 반대 입장을 내자고 역제안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성남시장은 “민주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야당과 함께 국회 사드 대책위원회를 즉각 가동하고 총력을 기울여서 막아야 한다”는 것. 그는 7일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틈을 탄 ‘사드 알박기’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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