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결과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7년 3월 10일. 역사에 기록될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최종 결론을 맞는 날이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온 국민이 탄핵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그 누구보다 긴장감 속에 결론을 기다리는 이가 있다. 서울구치소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첩첩산중’

끝내 구속을 피하지 못한 이재용 부회장. 그의 운명은 이제 재판에 달려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옥살이’가 더 길어 질수도, 혹은 다시 자유의 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막강한 변호인단을 구성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9일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길게는 대법원까지, 앞으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는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최순실은 ‘공범’ 관계다. 뇌물과 그 대가를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전망이다. 일단 자신의 혐의가 더욱 선명해질 수밖에 없다. 탄핵 인용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란 방패를 잃고, 수사 및 재판을 마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독대 당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등 더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재판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판단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판사는 유·무죄 여부를 따지거나 형량을 정할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며, 같은 죄를 지어도 가중처벌 또는 정상참작이 다르게 적용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다면 재판부는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릴 수밖에 없다.

여론 등 주변환경도 더욱 악화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곧장 대선이 치러지는데, 현재로선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재 야권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재벌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들 중 누군가 정권을 잡는다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처벌 정도는 상당히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면 등은 아예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더욱 엄격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 헌재 결정, 이재용 부회장에게 ‘독’될까 ‘득’될까

▲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9일 1회 공판준비기일을 통해 본격 시작됐다. <뉴시스>
반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도 한숨을 돌리게 된다.

우선은 재판에서 조금 더 편안한 위치에 서게 될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인 ‘뇌물공여’는 뇌물을 주고받아야 성립된다. 그런데 탄핵이 기각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뇌물 받은 혐의’에서 상당부분 벗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도 혐의를 부인할 여지가 한층 넓어질 수 있다. 특히 앞서 살펴본 ‘사안의 중대성’ 측면에서 더 가벼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론의 급격한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반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4%까지 떨어지는 등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친박진영도 조금씩 세를 넓혀나갔고, 탄핵심판 결과를 앞둔 지금은 상당히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핵이 기각된다면 여론의 역습이 충분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특검의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이 확대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옹호하는 의견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다시금 권력을 잡게 된다는 것도 이재용 부회장에겐 호재다. 적어도 탄핵이 인용되고, 곧장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것보단 훨씬 나은 상황이 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재의 결정엔 박근혜 대통령 뿐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의 운명도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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