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파면을 선고함에 따라 대선이 조기에 치르게 됐다. 이로 인해 차기 대선주자들의 보폭도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은 여론조사 지지율 순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뉴시스/더문캠/국무총리실 제공>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가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인의 전원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 인용을 선고했다. 이로써 19대 대선은 오는 12월에서 5월로 앞당기게 됐다. 헌법에 따라 탄핵심판 선고 다음날부터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현재로선 5월9일이 유력하다. 이른바 ‘벚꽃대선’이다. 조기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대선주자들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 준비된 문재인 vs 안희정·이재명의 뒤집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선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는 10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세한 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이번 여론조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을 목전에 둔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헌정 사상 초유로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민심이 국정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문재인 전 대표를 지목한 셈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는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피력해왔다.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차기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한 정권 이양 과정 없이 곧바로 취임해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만큼 ‘가장 잘 준비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으로부터 1000페이지에 달하는 정책 제안서를 받고 “사법시험 공부처럼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관건은 당내 경선과 제3지대 형성 여부다. 당장 경선 경쟁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 32%를 얻은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은 각각 17%와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현재 세 후보의 지지율 총합이 57%에 달한다. 사실상 경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결선투표를 통한 ‘뒤집기’에 올인할 것이란 게 정치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상대적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대선주자들은 고전 중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율 10% 안팎을 오갈 뿐 당내 경선 경쟁자인 손학규 전 대표나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출구전략으로 재부상한 것이 바로 제3지대의 ‘빅텐트론’이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가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때문에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의 ‘역할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황교안의 등판 여부에 여권 운명 갈림길

조기 대선의 변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하지 않은 상태지만, 범여권을 통틀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 다툼 중이다. 지지율 20%를 돌파하면 ‘대세론’의 문재인 전 대표와 접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란 보수층의 기대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유한국당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이유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선거 날짜로부터 30일 전에 물러난다면 대선 출마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 

만약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 불출마로 결정할 경우 자유한국당으로선 필패가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여당이자 국정 동반자로서,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이 큰 데다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당내 예비후보들이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복당과 함께 대선에 출마한다면 경선 흥행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무거운 민심 앞에서 여권 후보의 보폭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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