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씨소프트.<시사위크DB>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중국이 연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보복조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그간 ‘무풍지대’로 통했던 게임업계도 한한령 관련 이슈가 연이어 불거지고 있다. 국내 게임사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는 근거 없는 소문에 상위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 ‘메이드 인 코리아’는 판호 내주지 마?

최근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급격한 등락폭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달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6만3,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23일 30만5,000원까지 올라갔던 주가가 4거래일 만에 13.6% 하락했다. 지난달 7일 32만6,0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낙폭이 상당하다.

게임업계는 최근 중국 사드 제재조치 우려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3일 중국 게임 미디어인 ‘게임독’은 중국 미디어 총괄 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이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를 허가하는 ‘판호’를 한국산 게임에 발급하지 말라”는 구두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체의 악재성 보도가 나온 이후 게임업계는 행여 한한령 불똥이 튈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판호 발급 금지 소식이 나온 다음날부터, 위메이드, 게임빌, 네오위즈게임즈, 웹젠 등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인 국내 게임주 대부분이 일제히 하락세에 돌입했다.

판호는 게임 등의 출판물 유통을 위해 중국 정부로부터 발급 받는 일종의 ‘허가권’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미 업계서는 사드리스크가 게임·웹툰 등 문화 콘텐츠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만연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신규 진출 게임의 경우 ‘Made in korea’가 붙으면 판호 발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중국 수출 준비 단계에서 판호가 나오지 않으면 게임 출시를 자체를 할 수가 없어, 중국시장의 문을 아예 닫겠다는 말과 똑같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중국에 ‘블레이드앤소울 모바일’과 ‘리니지2 혈맹’ 등을 출시했다. 올 상반기에는 모바일게임 ‘리니지:레드나이츠’의 중국 출시를 준비 중이다. 만일 사드 보복 여파가 국내 게임사 판호 발급 심사에 영향을 끼칠 경우 게임 출시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 중국 게임사 ‘입김’ 우려도… 과도한 공포감 지양

중국정부 또한 국내 문화 콘텐츠 부문에 대한 제재수위를 높이고 있다. 작년 7월 판호에 대한 발급심의를 강화했다. 모바일 게임에 대한 판호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규정을 변경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대형 게임사 의존도가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주로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 중국 게임사들과 협력해 중국 현지 퍼블리싱을 맡긴다. 사드 공포감이 커질수록 중국 게임사들이 국내 업체에 일방적인 계약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중국 알파게임즈를 통해 판호 발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자체가 공식적인 규정이 아닌 풍문으로만 접하는 이슈라, 마땅한 대응책도 없이 공포감만 조성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현지 미디어에서 언급된 이슈를 그대로 투자전략에 참고할 만큼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것이 없음을 명심해야한다”고 밝혔다.

증권시장에서도 현재의 사드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란 지적이 나온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가 중국 사드보복으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 정부의 방침이 현실화되면 진출을 준비하던 업체는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향후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을 전후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 선고일을 밝힌 지난 8일부터 꿈틀대던 주가는 13일 29만6,500원에 장마감했다. 4거래일 만에 8.4% 뛰어오른 규모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사드 관련 불확실성 요인이 완화된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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