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7일 오후 7시 반 구로 넷마블 본사 사무실에 불이 대부분 꺼져있다.<시사위크DB>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넷마블이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시행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밤늦게 구로를 환하게 밝혔던 넷마블의 등불은 이제 오후 8시면 일괄 소등된다. 그간 게임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꼽혔던 가혹한 업무강도에도 변혁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게임업계 문화를 선도하는 상위사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의 직원복지 실태를 짚어본다.

◇ 야근하려면 허락받고… 넷마블의 근무개선 ‘신호탄’

“넷마블컴퍼니 여러분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넷마블게임즈 구로동 사옥에는 오후 7시만 되면 직원들의 퇴근을 독려하는 방송이 나온다. 퇴근하는 직원들의 물결로 엘리베이터 앞은 긴 줄이 선 진풍경이 펼쳐진다. 1시간 후인 8시에는 사옥의 불빛이 일제히 소등된다.

지난달 13일 넷마블은 업계 최초로 야근·주말근무 등 근무여건 개선을 시행했다. ‘일하는 문화 개선안’을 도입해 게임업계 근무 환경 개선의 신호탄을 울렸다. ‘게임개발=야근’이 하나의 관습으로 굳어진 게임업계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혁신안이었다.

넷마블의 일하는 문화 개선안은 ‘정시퇴근·야근지양’을 핵심 골자로 한다. 야근과 주말근무를 없애고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도 금지한다. 야근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전에 야근 신청서를 내고 승인을 받아야만 야근이 가능하다.

넷마블 관계자는 “개선안 준비는 약 1년 정도 했고, 넷마블게임즈를 필두로 개발 자회사들도 전부 개선안이 일괄 적용돼 업무개선이 폭 넓게 이뤄지고 있다”며 “시행 후 직원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고, 무엇보다 업계 최초로 이러한 시도를 공식화하면서 게임업계에 하나의 선순환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일하는 문화 개선 정착을 위해 업데이트 및 게임 론칭 일정도 뒤로 미루는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업무공백은 대대적 인원 충원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넷마블은 2014년부터 매년 500명 이상을 채용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최근엔 고용노동부 ‘2015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정확한 충원인력 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올해는 예년 수준 이상으로 인원을 뽑고 업무분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 대형사 직원복지 ‘강화’… 업계 선순환 이어질까

▲ 엔씨소프트 사내 어린이집 ‘웃는땅콩’.<엔씨소프트 제공>
업계 문화를 선도하는 상위사 ‘3N’의 사내복지 경쟁은 가장 반가운 변화다.

엔씨소프트는 판교 본사에 있는 어린이집 ‘웃는땅콩’이 국제 인증을 받을 정도로 회사에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3일 사내 어린이집이 교육서비스 분야 IOS 인증 2종을 동시에 획득했다. 200여명의 임직원 자녀가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탄탄한 외국어 커리큘럼 등 지속적인 발전이 포착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직원 평균연령이 35세라, 가정을 꾸리고 어린 자녀를 키울 나이”라며 “사내 어린이집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출퇴근을 하고, 점심시간 등 업무 시간에도 짬짬이 가서 볼 수 있어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과 워킹맘의 업무 집중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업계 1위 넥슨은 2014년 경기도 분당 판교에 마련한 보금자리를 직원들의 자유로운 생활 터전으로 만들고 있다. 지상 4층까지가 직원들이 자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편의시설이다. 직원 수면공간인 ‘슬리핑 룸’과 체력 단련실, 건강보건소까지 갖춰져 있다. 옥상에는 직원들이 가꾸는 텃밭이 조성되는 등 이색 복지문화로 유명하다.

‘대체휴가제’와 ‘탄력근무제’도 대형 게임사에 이미 상당히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근을 한 다음날에는 오후 출근을 하거나, 대체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 탄력적 업무환경 조성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게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게임사엔 야근이 필수악으로 통해, 지금의 개선안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업계가 쉬쉬하던 문제가 양지로 나와 공공연히 논의되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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