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상반기 공개채용 시즌과 장미 대선이 맞물리면서 취업준비생과 대통령 선거 준비생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자 40만명과 취업준비생까지 합치면 108만명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에 비춰봤을 때 청년들이 취업 준비에 발걸음이 바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때 아닌 장미대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대선 예비주자들 역시 발걸음이 무척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원내 4당은 경선 일정 확정과 대선주자 선출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한 당으로 대선후보 내는 것조차 어려울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했지만, 출마를 선언한 후보만 원내 4당 가운데 가장 많은 9명에 이른다. 각 당에서 대선후보를 1명만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경우 무려 9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의 인지도를 따져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 이름조차 못 올리는 후보’, ‘대선후보 선호도 지지율 1%에도 못 미치는 후보’ 등 군소 대선주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군소 대선주자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대선 출사표를 던졌을까.

기자의 눈은 자연스럽게 ‘스펙’으로 향했다.

요즘 경기가 어려워 취업이 힘든 시기에 ‘대선예비후보’ 혹은 ‘대선후보’ 라는 스펙을 쌓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닐까. 혹은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한 대선 경선판에 뛰어든 게 아닐까.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일부 후보들이 대선 관련 스펙을 버젓이 홍보물에 기록하고 있는 모습을 감안하면 아주 틀린 추측은 아닐 것 같다.

한국당 경선에 출마하려면 예비경선에는 1억원, 본경선에는 무려 2억원을 기탁금으로 내야 한다. 이를 두고 한 의원은 “예비경선 공탁금 1억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대선 예비주자는 “후보자들로부터 돈 뜯어가며 행사하는 건 좀 그렇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의 말을 곱씹다보니 지금 청년들의 취업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도 취업을 위해 많은 돈을 써가며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들이 쌓은 스펙을 인정해줄까. 자유한국당 대선예비주자,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라는 타이틀이 앞으로의 정치인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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