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전기차배터리’ 사업을 집중 육성해온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시름에 잠겼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 후 중국의 경제보복행위가 이어지면서 LG화학의 중국 전기차배터리 사업에도 빨간불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에 불참키로 하면서 갖가지 뒷말에도 휘말려 이래저래 속을 끓이는 모양새다. 

◇ 국내외 주요 기업 줄줄이 불참

‘청정도시’ 제주에서 열리는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이 행사는 이번달 17일부터 23일까지 제주 여미지식물원과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비롯한 중문관광단지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개막도 하기 전부터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전기차 사업 관련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행사 흥행에 찬물이 끼얹어졌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주요 기업 상당수가 참가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BMW, 닛산,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시장에서 비중이 큰 업체들이 줄줄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국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도 이들 중 하나다. LG화학은 개막 1주일을 남겨두고 불참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LG화학은 2년 연속 부스를 만들어 국제전기차엑스포를 참석해온 곳이다. 지난해에는 ‘에코 플랫폼 제주 프리즘, LG’라는 컨셉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올해도 참석이 예상됐던 LG화학의 불참 결정에 업계에선 다양한 뒷말이 오고가고 있다. 우선 사업적인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업계 안팎에선 참가 기업들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주목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아울러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는 중국 정부를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 중국 사드 보복 눈치보나

중국 당국은 한국산 전기차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를 견제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난징에 연간 하이브리드 전기차 18만대를 만들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중국 당국이 견제 수위를 더욱 강화한다면 중국 사업은 더욱 난항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 지역 내에서는 서운함을 토로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제주도와 에너지 사업 관련 업무 협력을 통해 실익을 챙겨가고는 정작 도 주도의 핵심 행사는 나몰라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는 후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4월 LG화학, 현대중공업, 포스코ICT 및 윈드시너지와 함께 ’글로벌 에코 플랫폼 제주‘ 실현을 위한 상호협력 파트너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주도와 협약기업들은 제주도내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 및 인프라 확충 차원의 풍력발전연계형 ESS사업 추진키로 했다. LG화학은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키로 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측은 “특별한 배경이 있어서 불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부스에서 전시를 하지 않을 뿐이지, 실무 임원은 행사해 참석한다”며 “기존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LG화학의 전기배터리 사업은 박진수 부회장의 지휘 아래 수년간 집중 육성돼왔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지부문에서 3조5,6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4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중국과 미국 내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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