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LG유플러스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이 인공지능(AI)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LG유플러스만 관련 상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콘텐츠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각종 추측이 나온다.

◇ 늦어지는 AI진출, 차별화 어려워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3사 중 인공지능 관련 기기를 출시한 곳은 SK텔레콤과 KT다. 스피커 형태로 사용자의 음성을 명령어로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이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올해 하반기 인공지능 관련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경쟁사들 보다 1년 가까이 지연되는 셈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작년 말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차별화를 위해 늦췄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인 만큼 더욱 경쟁력을 갖춰서 출시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권영수 부회장 특유의 실리주의로도 해석된다. 재무통으로 유명한 권 부회장은 상징적인 것 보다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스페인서 열린 MWC에 부스를 열지 않고, 각 사업부별 최소한의 필요인원만 보내기도 했다.

다만 업계에선 AI시장 진출이 늦을수록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SK텔레콤의 AI비서 ‘누구’는 최초 멜론·스마트홈, 날씨, 날짜, 시간, 타이머, 알람·일정·폰 찾기 기능만 제공했다. 이후 업데이트를 통해 음성 인식률을 높이고, 구연동화를 비롯해 길안내, 음식배달, IPTV 리모컨 기능 등이 추가됐다. SK텔레콤은 조만간 11번가와 연동해 쇼핑기능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 후발주자로 나선 KT는 ‘기가지니’와 TV를 연동하면서 차별화를 이뤘다. IPTV 채널 변경뿐만 아니라 여타 명령어에 대한 반응을 영상으로 출력해준다는 것. 예를 들면 일정을 관리할 경우 캘린더가 TV화면에 뜬다. 또 길찾기 기능에선 관련지도가 화면에 출력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선 진출업체들의 서비스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방향이 제한된다는 뜻이다.

▲ LG전자 롤링봇.< LG전자 제공>

◇ ‘이동형 AI기기’ 볼 수 있을까

이에 업계에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대표적으론 KT의 ‘기가지니’를 받아들일 가능성이다. LG유플러스와 KT는 지난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반대’로 뭉친 이후 NB-IoT, 네비게이션 사업 등에서도 협업 중이다. 최근엔 KT뮤직의 지분 일부를 LG유플러스가 인수키로 하면서 이들의 동맹관계가 짙어지고 있다.

또 다른 방향은 네이버와 자회사 라인이 진행 중인 AI사업에 LG유플러스가 합류하는 형식이다. 네이버의 AI사업엔 LG전자가 국내 파트너사로 참여 중이란 점에서 연결고리가 마련된다.

일각에선 기기 면에서 차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존 AI 기기들은 거치식으로, 명령어를 전달하기 위해선 특정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반면 LG전자가 지난해 공개한 ‘롤링봇’에 AI 기능을 적용해 출시한다면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권 부회장은 AI와 관련해 “그룹사들과의 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양한 협력사들과 함께 LG유플러스만의 AI 기기를 준비 중”이라며 “관련부서의 보안유지가 엄격해 그 이상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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