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사고를 겪고 9년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관사가 산재를 인정받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뜻하지 않은 안타까운 사고는 때로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곤 한다. 인간이 가진 ‘감정’ 때문이다.

코레일 기관사였던 A씨는 2003년 뜻하지 않은 사고를 마주했다. 경부선 기차를 운행하다 선로에 들어온 사람을 치고 만 것이다. 고의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었던 사고였다.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던 기차와 충돌한 시신은 처참했다. A씨의 정신적 충격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그에 못지않게 컸다. 하지만 A씨는 직접 시신을 수습해야 했고, 사고를 낸 기차를 끝까지 운전해야 했다.

이후 A씨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였다. 그러나 코레일은 그의 회복을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우울증을 앓던 A씨는 사고 9년 만인 2012년 선로로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이었다.

A씨의 유족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이 업무 중 사고와 이에 대한 회사의 방관이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기각했고,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최종 판결은 16일 대법원에서 내려졌다. 대법원 3부의 판단은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사고 후 겪은 스트레스 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다른 이유가 없다며 산재를 인정했다. 2심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안타까운 사고를 겪은 뒤 9년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낸 뒤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다시 5년이 흘러서야 자신이 겪은 고통을 조금이나마 인정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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