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캠프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데 대해 ‘결단’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일생을 걸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매진했던 일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그는 15년째 이끌어왔던 경제개혁연대 소장직을 내려놨다. 이와 함께 김광두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장을 그만뒀다. 그만큼 정치적·경제적으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김상조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하는 절박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대통령도 실패한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19대 대선이 오는 5월로 앞당겨진 만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보수·진보 진영을 넘어 위기 극복을 위한 힘과 지혜를 모아보자는 데 이견은 없지만, 견해차를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서둘러야했다. 경선 중에 지지를 표명한 배경이다. 아직 문재인 전 대표는 예비후보다. 하지만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저력을 믿었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라고 생각했다. 그는 “국민 불안을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면서 “준비된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게 어딨는가”라고 반문했다.
◇ 경청 자세, 정책 반영, 주도 세력… “5년 전과 확실히 달라”
세 명의 교수는 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 정부가 만들어갈 나라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의 통합을 이뤄야한다는 것. 특히 김광두 교수는 “건강하고 공정한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공정으로 얽혀 있는 기득권 질서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 선봉장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택했다. 이들은 16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경선 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가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데 가장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현실적 고민도 있었다. 사회학자인 김호기 교수는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연구하는 지식인들에게 부여된 역할 중 하나는 대선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연구(한 내용과 결과)를 제대로 선보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개하는 것으로 끝낼 순 없다. “진보든 보수든 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주도 세력이 필요했다. 김광두 교수는 “보수세력은 (현 사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야당이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세력인데, 상대적으로 세력이 큰 더민주가 변화 주도 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지율만 선두가 아니었다. 정책 공약도 빨랐다. 김상조 교수는 “모든 후보들이 제대로 된 정책공약집을 못 만들었다. 대선이 두 달도 안 남아 후보가 공약에 집중할 시간이 없다”고 현 상황을 지적한 뒤 “그래도 문재인 전 대표는 1주일에 한 번씩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전문가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김광두 교수도 “의지만 가지고 실현시키는데 애로가 있을 수 있다. 좋은 방법을 가져야 실현시킬 수 있다”면서 “그 역할을 우리 지식인이 갖고 있다고 생각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상조 교수는 “5년 전 문재인과 지금의 문재인은 굉장히 다르다”고 평가했다. 시간이 흐른 만큼 준비기간이 있었겠지만, “실패로부터 오는 경험과 교훈이 사람을 가장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5년 전보다 성숙하고 성장한 정치인이 됐다”고 느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표가) 과거 본인이 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는가에 대해 교훈을 얻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준비된 후보’라는 데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