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경기도 분당 판교에서 열린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에 참석한 하림 김홍국 회장. <하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김홍국 하림 회장의 나폴레옹 개관식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치킨 가격 인상을 저지한 정부의 결정을 비판한 발언을 두고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 또한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나폴레옹에 대한 찬양이 시국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한다”

작심한 듯 했다. 그의 언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지난 16일 경기도 분당 판교에서 열린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에서 하림 김홍국 회장은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갤러리에는 26억원 짜리 이각모를 포함해 김 회장이 수집한 나폴레옹의 유물 8점이 전시된다.

그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대기업 규제가 제일 많다. 이러면 기업가 정신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규제를 완화해 창의적 경영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비교하면 대기업이 약 180여개의 규제를 더 받는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끼리 규제하면 그만큼 국가 경제에는 악영향”이라고 쓴소리를 뱉었다.

이날 김 회장이 정부를 자극하는 민감한 발언을 쏟아낸 건 최근 불거진 업계 이슈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치킨값 소동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BBQ가 가격 인상을 검토하자 정부는 제동을 걸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엄포를 놓면서 관련 계획이 철회됐다.

오는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 편입을 앞두고 있는 하림 김 회장은 때마침 열린 공개석상 자리를 이용해 정부에 강한 불만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하림은 지난해 대기업집단에 속했다가 다시 제외됐다. 대기업 선정 기준인 자산 규모가 5조에서 10조원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에 팬오션 합병으로 자산 총액이 10조원을 넘어 대기업 기준을 충족시켰다.

김 회장이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나타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재계의 대변인을 자처해왔다. 각종 공개속상과 언론 인터뷰에서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그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연말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행진에 서민들의 유리지갑은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국민간식 치킨마저 AI를 틈타 가격이 꿈틀댔다. 후발 업체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확실시 되면서 부글댔던 여론을 등한시 한 지나친 친기업적 언행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우산 아래 대기업 반열에 오른 하림 김 회장을 향해 “올챙이적 시절 모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12년 국감에서 하림은 중소‧중견기업이던 시절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총 2016억원의 축산경영종합자금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지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나폴레옹에 오버랩 되는 박정희와 박근혜

이날 행사에서 논란이 되는 건 김 회장의 발언 뿐 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행사 주제인 나폴레옹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시국에서 나폴레옹이란 인물이 국내에서 부각되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몰락한 귀족 출신에서 황제가 된 위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독재자, 폭군이라는 수식어도 그에게 따라붙는다. 광장이나 거리 등 공공장소에 위인 이름 붙이기를 즐기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나폴레옹대로’나 ‘나폴레옹궁’은 없을 정도로 그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럽다.

특히 지금의 나라 사정을 고려했을 때 ‘나폴레옹 찬양’은 더욱 위험하다. 나폴레옹은 국내에서 곧잘 박정희 전 대통령에 비유되곤 한다. 두 사람 모두 군인 출신으로 쿠데타를 통해 최고통치자에 올라 장기 집권하다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 후손을 통해 ‘부활’했다는 점도 같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조카 루이 보나파르트(나폴레옹 3세)는 삼촌을 뒤이어 재집권에 성공했다.

나폴레옹 3세가 제왕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과거 ‘나폴레옹 시대’의 젖어있던 프랑스 민중들의 ‘향수’덕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나폴레옹 3세는 돌변했다.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민중들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렸다. 쿠데타를 통해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황제에 즉위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하림 관계자는 “회장님의 정부 비판 발언은 현장에 있는 기자 분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것으로, 실제 어조는 알려진 것 보다 강하지 않았다”며 “회장님이 나폴레옹에 주목하는 건 어디까지나 그의 ‘도전정신’을 높게 산 것이지 어떤 정치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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