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과 관련 공세를 펼치다 도리어 여론의 반발을 샀다. 더욱이 두 사람은 병역 면제자라는 점에서 군필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바람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비난의 화살이 되돌아오고 있다. 이른바 ‘전두환 표창장’ 발언 논란을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로 해석하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 문재인 전 대표가 군복무 시절 특전사령관과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고 밝힌 이유는 확고한 국가관·안보관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보수층의 지긋지긋한 종북 공격에 대한 방패이기도 했다. 물론 표창장을 수여한 여단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개운하진 않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5·18광주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기 전인 1978년 만기 전역했다.

사실상 논란이 될 소지는 없었다. 군복무 시절만 해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군사반란을 일으킬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없었을 때다. 유신독재 반대 시위로 강제징집 당한 문재인 전 대표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받았다. 제대 후엔 시위에 참가했다가 5·17계엄포고령 위반으로 다시 유치장 신세를 졌다. 시위 전력은 문재인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다. 사법연수원에서 차석을 하고도 판사 임용에 탈락한 것. 이후 그는 20여년을 인권변호사로 살았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분류되지만 보상 신청은 하지 않았다.

◇ 알고 보니 ‘군미필’… 발언 취지 알면서 말꼬리 잡기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하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 당내 경선을 앞둔 예비 후보자들을 비롯한 야권 진영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군복무 시절 받은 표창장에 대해 ‘여단장’이 아닌 ‘전두환’이 수여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표창장을 버리고 호남 민중에게 사과하라는 것. 그간 “우리는 원팀(One Team)”이라며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왔던 문재인 전 대표는 20일 5·18민주광장 앞에서 기자들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아무리 경선 때문에 경쟁하는 시기라 하더라도 악의적으로 공격거리로 삼는 것은 심하다”고 불편한 속내를 나타냈다.

여론은 문재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사실관계가 분명한 사안임에도 선두주자를 붙잡기 위해 말꼬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결국 경선 최대 승부처로 불리는 호남권 투표를 앞두고 지역감정을 부추기려 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뿐만 아니다. 예비 후보자들에 대한 병역 사항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학생운동으로 수감돼 사상범으로 병역을 면제 받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장에서 일하다 산업재해로 장애인 6급을 판정받아 군대에 갈 수 없었다.

▲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논란이 된 ‘전두환 표창장’ 발언에 대해 “누구보다 국방의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마치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과 관련해 표창장을 받은 것처럼 돼 있어 가짜뉴스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더문캠 제공>
최성 고양시장의 경우 석사장교제도로 6개월의 군 훈련을 마친 뒤 전역했다. 법적 문제는 없으나, 석사장교제도가 전두환 정권 시기인 1984년 도입된 일종의 병역특례제도로 불린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제대한 예비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유일하다. 무엇보다 이들의 ‘전두환 표창장’ 논리대로라면 모순점이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잇따라 대통령 표창을 받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른바 ‘전두환 장학금’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성남시장은 우스갯소리로 “전두환 장군 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한발 물러섰다. 그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전국민 안식제’ 정책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전 대표의) 말씀에 대해 좀 황당해 하거나 적절치 않다고 하는 당원들도 있는 게 사실 아니냐”면서도 “애국심에 기초한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본래의 취지와 진심에 대해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이라는 존재가 가진 상징적 의미와 광주, 전라도민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발언에 신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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