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박 O2O 전문기업 야놀자 이수진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놀자 본사에서 열린 ‘야놀자 프랜차이즈 100호점 돌파’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숙박 O2O기업 ‘야놀자’의 이수민 대표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출범 5년 만에 매장 수 100개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해오던 호텔 프랜차이즈 사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서다. 일부 지점이 유흥업소의 성매매 장소로 제공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좋은숙박’ 문화를 뿌리내리겠다는 원대한 구상이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는 것. 또한 러브호텔 이미지를 벗겠다며 도입한 ‘3무 원칙’(성인용품,성인방송,주차장 가림막) 역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이 대표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 전 직원, “2차 손님은 무조건 '호텔 야자'로”

국내 1위 숙박 O2O(online to offline) 기업 야놀자가 운영하는 호텔이 성매매 장소로 제공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성매매방지특별법에 따라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측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20일 <노컷뉴스>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인 ‘호텔야자’ 일부 지점에서 유흥업소들과 연계, 성매매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호텔야자는 야놀자의 호텔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본래 온라인 상에서 숙박 업소를 연계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해오던 야놀자는 지난 2011년 직접 호텔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소형 숙박 브랜드 호텔야자 런칭 후 실속형인 ‘얌’과 관광호텔급 브랜드 ‘H에비뉴’를 추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텔야자 일부 지점은 인근 유흥업소와 연계해 ‘2차’ 장소로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체는 “C지점은 같은 건물 2층과 3층의 룸살롱, K지점은 건너편 건물 5층에 위치한 룸살롱과 결탁해 운영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도를 통해 드러난 영업방식은 이렇다. 술값과 함께 성매매 대금이 함께 결제됐다. 고객 한명 당 성매매 가격은 5만원으로 유흥업소의 영수증에 함께 기재됐다. 이 가운데 1만원은 알선료 명목으로 호텔 종업원에게 돌아갔으며 나머지 4만원이 호텔야자 몫이었다.

자신을 호텔야자 종업원이라고 밝힌 A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년 전 이 건물에 호텔야자가 들어왔을 때부터 ‘2차 손님’은 무조건 호텔야자로만 보냈다”며 “손님 수대로 돈을 받으면 룸살롱 이름으로 호텔야자에 결제하고, 영수증에도 대실비는 술집에서 낸 것으로 기재 된다”고 증언했다.

본사인 야놀자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슈퍼바이저 제도’와 ‘스마트프론트’ 등 혁신적인 숙박 시스템을 도입한 야놀자가 일선 지점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행위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주장이 더해졌다.

슈퍼바이저는 일종의 현장을 지휘하는 감독자다. 지정된 가맹점의 품질 및 서비스 전반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가맹점을 찾아 객실 상태를 점검하고 마케팅과 서비스 등을 교육한다.

한 달에 1~2번 가맹점을 방문하는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을지라도 ‘기계의 눈’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도입된 스마트프론트는 손님의 입실과 퇴실 시간 등 모텔 운영에 대한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며, 수집된 정보는 모두 본사에 보내진다. 밤부터 새벽까지 특정 시간대에 1시간 단위로 손님이 들락날락하는 데 이를 회사에서 모를 리 없다는 게 보도를 통해 전해진 또 다른 직원의 목소리다.

◇ ‘러브호텔’ 이미지 벗겠다더니… 성인용품‧성인방송 여전

일선 가맹점의 불법 행위에 대해 야놀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야놀자 측은 “현재까지 일부 가맹점의 불법 행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추후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확인될 경우 가맹계약해지는 물론 민형사상 법적책임을 단호하게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사의 묵인·방조 의혹에 대해서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가맹점의 CCTV 및 일지 확인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불가능하다”면서 “3개 브랜드의 122개 매장 가운데 스마트프론트를 설치한 곳은 9곳이며, 이중 호텔야자는 2곳에 불과하다. 또한 이 역시 암호화 돼 있어, 열람 자체가 불가하다”고 해명했다.

본사의 사전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차후에 일부 가맹점에서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난다며 본사인 야놀자는 가맹점에 대한 관리 책임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국내 중소 숙박시장에 올바른 숙박 문화를 리드하겠다고 표방한 야놀자의 신뢰도와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야놀자에 드리운 먹구름은 이뿐만이 아니다. 직접적인 매장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도입한 실험들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면서 야놀자의 기업 철학에 의구심이 들게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중소 숙박업체들의 ‘러브호텔’ 이미지를 벗겠다며 ‘3무 원칙’을 약속했다. 객실에서 성인용품과 성인방송을 제거하고 주차장 가림막도 없애겠다고 공헌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Branding the Unbranded’(브랜드 만들기)를 구현해 중소 숙박업에 대한 고객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원대한 구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야놀자 호텔의 122개 지점 가운데 10%에도 못 미치는 10개 직영점에서만 3대 원칙이 실효성을 거두고 있다.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가맹점에는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 가맹점 가운데 본사의 방침에 따르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갑작스런 변신으로 일선 가맹점들이 안게 될 직간접적 피해에 대한 보안책 없이 100호점 돌파라는 내부 잔치에 들떠 설익은 전략을 내세운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야놀자 관계자는 “기존의 중소 숙박 업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씻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야놀자의 좋은 숙박 문화 만들기는 이제 시작 단계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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