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대치2지구. 하지만 과열된 수주전으로 롯데건설이 사업권을 따낸 뒤에도 루머가 식지 않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롯데건설이 계속된 루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최근 사업권을 따낸 강남구 ‘대치2지구’와 관련, 수주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번지고 있는 것. 통상 재개발 재건축 수주전은 경쟁이 치열하고 복마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11일 시공권을 수주한 이후에도 관련 루머가 그치지 않아 관심이 집중된다.

◇ 강남 알짜 사업지 둘러싼 복마전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2지구(이하 대치2지구)’ 재건축 정비사업이다.

이 곳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휘문고 사이의 대치동 977 일대 1만4,594㎡ 규모의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으로, 함께 재건축 사업이 추진중인 대치1지구와 3지구 등 3개지구 재건축이 완료되면 총 1,025가구의 고급 아파트촌이 형성된다.

우수한 입지여건은 업계 초미의 관심을 집중시킨 배경이 됐다. 휘문중 ·고등학교, 경기고등학교 등 우수 학군을 비롯해 대치동 학원가도 걸어서 갈 수 있어 교육환경이 뛰어나다. 대치유수지체육공원, 탄천 등도 도보권에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으며, 코엑스몰, 현대백화점 등의 편의시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의 알짜 사업지로 꼽히는 이유다.

‘대치2지구’에는 롯데건설을 비롯한 대림산업·중흥건설 등 세 곳 건설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했던 탓일까. 11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업계에선 석연찮은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롯데건설의 입찰제안서 꼼수 논란 등 입찰위반 의혹이 그것. 롯데건설은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을 보란 듯이 불식시키고 사업권을 따냈다.

롯데건설은 지난 1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 임시총회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전체 조합원 206명 중 200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101표를 얻었다. 입찰에 참여했던 대림산업을 불과 3표 차로 제쳤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공사 선정 이후에도 롯데건설을 둘러싼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건설이 ‘대치2지구’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들에 상품권 등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구체적 정황과 함께 조심스럽게 번지고 있는 것인데, 일부 매체는 자신을 ‘조합원’이라고 밝힌 제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이 같은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의혹의 핵심은 크게 네가지다. △대치2지구 일부 조합원들을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 초청, 개별 홍보를 진행하고 △이날 행사 이후 인근 호텔에서 중식 식사를 대접했으며 △일부 조합원들에 상품권 등 금품을 제공하고 △조합이 제시한 원안이 아닌 대안설계만을 제시해 입찰위반을 했다는 의혹 등이다.

◇ 롯데건설 “수주전 과열에 따른 와전… 의혹 사실 아니다”

롯데건설은 해당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상품권이나 선물,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며 “최근 강남권 재개발 현장들이 기존 시공사와 타절하고 물갈이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상당히 과열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 아마도 현장에서 수주전이 치열하다보니 와전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을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에 초청, 개별 홍보를 진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월드타워 같은 경우엔 강남 3구 대상으로 부동산 및 재건축 관계자 등 VIP들을 상대로 기술력 홍보차원에서 수시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마 대치2지구 관련자도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행사 후 호텔에서 식사나 선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또 “조합이 제시한 원안이 아닌 대안설계만을 제시해 입찰조건을 위반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조합 측이 자체적으로 일부 설계변경을 제시, 바뀌는 기준에 따라 대안을 요구해 변경되는 지침에 맞춰 제안했던 것이다. 일부 조합원이 서울시에 관련 내용을 질의해 ‘입찰무효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조합원이 보낸 질의도 아니고 질의내용도 ‘대치2지구’와 관련된 사안이 아닌 정책·행정 관련 매우 일반질의였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사위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대치2지구’ 조합 일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2롯데월드 홍보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상품권 및 선물 제공 의혹 관련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쉽지 않았다. 일부 조합 관계자들은 “(상품권 제공 등)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은 있다”고 답했지만 “금품을 제공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업계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수주전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만큼 복마전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대 업체를 흠집 내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리거나, 일부 사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부풀려 의도적으로 음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기된 롯데건설 관련 의혹들은 일부 사실이 부풀려지면서 일파만파 확산된 경우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일각의 소견이다.

다만 ‘루머’라 하더라도 롯데건설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럽다. 만에 하나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시공권을 박탈당할 수 있어서다. 최근 대법원은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시공사가 조합원들에게 식사·선물 등 금품을 제공하거나,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 홍보를 한 행위에 대해 입찰의 공정을 해하고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결정권이나 선택권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 사건에 대해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 및 국토부의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위반을 근거로 시공자 선정결의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해 ‘응암2구역재개발’ 당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에게 현금을 뿌렸다가 시공권을 무효화된 바 있다. 원고 측이 소송을 취하하면서 어렵사리 시공권을 되찾았지만 당시 사건으로 신뢰를 크게 잃었다.

‘대치2지구’는 롯데건설이 올해 처음으로 강남권에서 수주한 물량이다. 강남 알짜 사업지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 사업성도 크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괴소문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롯데건설로선 한동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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