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12년째 재직 중인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이 구시대적 사외이사 선임 움직임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오는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 등 여러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여기엔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재선임 안건도 포함돼있다.

재선임의 주인공은 이용성 사외이사다. 과거 은행감독원장을 지낸 바 있다. 1938년생인 그의 나이는 올해로 여든이다. 물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또 다른 숫자는 그의 사외이사 자격에 물음표가 붙게 만든다.

이용성 사외이사가 처음 선임된 것은 2005년. 벌써 12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인 5.9년보다 2배나 긴 것이다. 이번에 재선임이 확정되면 임기는 3년 더 늘어나 15년을 채우게 된다.

사외이사는 오너일가 및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외이사 자리에 오너일가 지인을 앉히거나, 전관예우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장기간 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일정 보수를 받고 ‘거수기’ 노릇을 하는 사례도 꾸준히 지적됐다.

이에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를 표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두고 있다. 매년 주요 대기업들의 주총 안건을 분석하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9년 이상 사외이사 재직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외이사는 이제 크게 줄었다. 특히 장수 사외이사는 이제 극히 일부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은 이 같은 추세와 어긋나게 구시대적 사외이사 선임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이용성 사외이사는 단순히 재직기간만 문제가 아니다. 그는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과 경기고등학교 동문으로, 나이차도 1살 밖에 나지 않는다.

사외이사로서의 활동내역 역시 그를 향한 불편한 시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용성 사외이사는 2005년 최초 선임 이후 높은 이사회 출석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이 기간 한국타이어는 근로자들의 잇단 죽음과 제네시스 납품 타이어의 품질 논란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08년에는 조양래 회장과 사돈지간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이 수상한 절차를 통해 한국타이어 인턴으로 입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국내 상황에서 지배주주 일가 및 임원과 고교 동문인 경우 사외이사로써의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또한 이용성 후보는 이번에 재선임될 경우 15년을 사외이사로 재직하게 되는데, 이 역시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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