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짧은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은 단순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퇴거 당시 남겼던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입장과 한 치도 차이가 없다는 것. 무미건조했던 말 속에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검찰과의 공방을 선언한 것으로 봤다.
◇ 반성 없었던 짧은 메시지, 함의는 ‘항의’·‘억울’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헌재에 의해 파면된데 대한 반성이나 사과, 국민통합을 위한 메시지는 없었다”고 평가했고,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로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표명하지 않은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실제 검찰 소환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적용하고 있는 혐의는 총 13개로 크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뇌물공여 관여 ▲청와대 문서 유출 등으로 분류된다. 전날까지 박 전 대통령은 대리인단과 함께 검찰 측의 예상 질문을 뽑아 답변내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외향에서도 결의가 느껴진다. 이날 오전 7시경 전담 미용사인 정송주·정매주 자매가 삼성동 자택을 찾아 특유의 올림머리를 정돈했다. 복장은 깃을 세운 파란색 외투를 입었다.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길 당시 입었던 의상과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란색 코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종종 등장했던 옷이다. 박 전 대통령의 드레스 코드를 관찰해온 정치권 관계자는 “전투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에도 부쩍 신경 쓰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 측이 조사과정 녹화를 하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 측이 거부로 녹화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손범규 변호사는 “법률상 피의자에게는 검찰이 동의여부를 묻지 않고 녹화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동의여부를 물어왔고 부동의함을 표시했다”며 “이를 두고 녹화거부라고 한다면 넌센스”라고 즉시 반박했다.
외곽에서는 집회를 통한 여론전도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은 자택 앞에 나와 검찰출석을 배웅했고, ‘고영태부터 수사하라’는 내용의 집회를 이어갔다. ‘퇴진행동’ 등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시민단체들은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벌어졌던 갈등이 이번에는 검찰수사를 놓고 이전투구 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