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포토라인에서 간단히 입장 밝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1일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담담해 보였다. 남긴 말도 지극히 원론적이고 무미건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짧게 말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로 입장했다. 차에서 내린 뒤 청사까지 들어가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7초다. 정규재 TV와의 인터뷰 이후 첫 육성 메시지에 관심을 가졌던 국민들은 다소 허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짧은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은 단순했다. 지난 10일 청와대 퇴거 당시 남겼던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입장과 한 치도 차이가 없다는 것. 무미건조했던 말 속에 반성의 기미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검찰과의 공방을 선언한 것으로 봤다. 

◇ 반성 없었던 짧은 메시지, 함의는 ‘항의’·‘억울’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헌정 사상 최초로 헌재에 의해 파면된데 대한 반성이나 사과, 국민통합을 위한 메시지는 없었다”고 평가했고,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의 당사자로서 국민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표명하지 않은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실제 검찰 소환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에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적용하고 있는 혐의는 총 13개로 크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뇌물공여 관여 ▲청와대 문서 유출 등으로 분류된다. 전날까지 박 전 대통령은 대리인단과 함께 검찰 측의 예상 질문을 뽑아 답변내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의 외향에서도 결의가 느껴진다. 이날 오전 7시경 전담 미용사인 정송주·정매주 자매가 삼성동 자택을 찾아 특유의 올림머리를 정돈했다. 복장은 깃을 세운 파란색 외투를 입었다.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길 당시 입었던 의상과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란색 코트는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종종 등장했던 옷이다. 박 전 대통령의 드레스 코드를 관찰해온 정치권 관계자는 “전투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언론보도에도 부쩍 신경 쓰는 모양새다. 일부 언론에서는 검찰 측이 조사과정 녹화를 하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 측이 거부로 녹화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손범규 변호사는 “법률상 피의자에게는 검찰이 동의여부를 묻지 않고 녹화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동의여부를 물어왔고 부동의함을 표시했다”며 “이를 두고 녹화거부라고 한다면 넌센스”라고 즉시 반박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단체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조사가 이뤄지는 10층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고, 창가에 블라인드도 쳤다. 질문은 이원석 서울지검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6부장이 맡았다. 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유영하·정장현 변호사가 조사실에 입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측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양측이 ‘대통령님’ ‘검사님’ 등의 호칭을 사용하며 예우를 갖춰 진행했다. 분명한 것은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공방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외곽에서는 집회를 통한 여론전도 계속됐다.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은 자택 앞에 나와 검찰출석을 배웅했고, ‘고영태부터 수사하라’는 내용의 집회를 이어갔다. ‘퇴진행동’ 등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시민단체들은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벌어졌던 갈등이 이번에는 검찰수사를 놓고 이전투구 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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