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커들로 가득 찼던 명동 쇼핑거리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시사위크DB>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완연한 봄기운이 거리마다 느껴지는 3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썰렁하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금한령)’을 발동한 15일 이후 약 일주일 만에 단체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명동 거리에 불어 닥친 사드 한풍에 상인들의 체감경기는 영하권을 맴돌고 있다.

 

◇ 금한령 일주일… 사라진 유커에 상인들은 ‘울상’

‘한국인보다 중국인 보기가 쉽다’는 명동이 옛말이 돼가고 있다. 중국이 15일 소비자의 날을 맞아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린 후 사드 보복 여파는 가시화됐다. 이미 서울 명동 등 주요 관광지에선 중국인의 발길이 드물게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간 중국인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양상을 보인다.

21일 오전 11시, 기자가 찾아간 명동은 사드 보복 여파가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거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귓가에 들리던 중국인 관광객 특유의 큰 대화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명동 거리 곳곳을 누비는 캐리어의 ‘드르륵 드르륵’ 소리도 줄었다. 이날 거리를 돌아다닌 약 3시간여 동안 깃발을 든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리는 단 한 팀밖에 볼 수 없었다.

 

▲ 썰렁한 명동거리에서 화장품 로드샵 직원들이 열띤 홍보 중이다.<시사위크DB>

명동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인근 상인들은 썰렁해진 ‘싼커로드’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쇼핑코스로 꼽히는 한국 화장품 로드샵 부근은 손님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모습이다. 미세먼지 주의보에도 직원들은 관광객 무리가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목청껏 호객행위를 이어갔다.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은 “전에는 무조건 중국인 관광객 호객을 위해 ‘칸이샤(보세요)’를 외쳤는데 지금은 한국어나 일본어 멘트를 자주 한다”며 “아무래도 유커가 줄다보니 내국인이나 그외 국가 손님들이 주요 고객이 됐는데, 아직은 반응이 크진 않다”고 밝혔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화장품 매장은 최근 중국어 전문 아르바이트생을 4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매장 매니저는 “중국 사드 보복 이야기가 나온 작년 말부터 매출이 점차 줄어들더니, 지난달엔 작년보다 매출이 30% 하락했다”며 “통관이 어려워졌다는 얘기까지 돌아 구경만하고 나가는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 유커따라 매출 ‘요동’… 중국인 의존도 낮춰야

 

▲ 명동 골목에 위치한 환전소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시사위크DB>

골목마다 있는 환전소는 대사관 앞을 제외하면 손님이 뜸하다. 환전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하루에 50명이 방문한다 치면 그 중 48명이 중국인인데, 요새는 하루에 중국인이 2~3명 수준”이라며 “바꾸는 돈도 요새는 10만원 이하의 소액으로 줄어, 매출은 말하기도 민망하다”고 하소연했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명동역 부근 노점상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분식 노점상을 운영하는 상인은 “이 앞 사거리는 원래 관광버스들이 줄줄이 불법 주정차 하고 거기서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내렸다”며 “그런 풍경도 지난주부터 차츰 줄더니, 오늘은 한 대도 없고 개별 관광객만 조금씩 찾아올 뿐이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씁쓸한 뒷말이 이어졌다.

오후에는 사정이 꽤 나아졌다. 봄기운이 완연한 날씨에 나들이를 나온 내국인들이 다수 포착됐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인 관광객은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외국인은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국적의 방문객이 다수 눈에 띄었다.

상황을 타계할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자체도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했던 그간의 매출구조 자체를 개혁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명동을 관할하는 서울 중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중국인 관광객이 매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해 의존도가 높았다”며 “내국인과 동남아 쪽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안을 현재 논의 중에 있고, 모든 관광객과 손님에게 친절한 명동으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동관광특구협의회 사무국장은 “명동이 지가도 높고 가게세도 센 편이라 상인들은 매출감소를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그래도 과거 메르스 사태 때보다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고, 당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내려주는 등 서로 협력한 사례도 있어 이번에도 상인들은 서로 지지하며 이겨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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