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938년 3월 1일. 삼성상회가 문을 연 날이다. 하지만 삼성은 3월 22일을 공식적인 창립기념일로 기려왔다. 1988년,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한 날이다.

올해로 삼성의 나이는 79살이 됐다. 대구에서 사과와 건어물 등을 팔던 작은 상회는 이제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 됐고,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이름이 됐다.

하지만 삼성의 이번 생일은 역대 가장 씁쓸하고 우울하다. 이건희 회장은 4년째 병상에 누워있고,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돼 감옥신세를 지고 있다. 삼성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된 스캔들에서 한 축을 담당했다. 결국 최근 ‘그룹 해체’를 선언한 상태다.

창립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지만, 삼성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없을지 몰라도, 수많은 유능한 인재와 뛰어난 기술력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성의 모든 힘을 한 손에 쥐고 있던 존재가 사라지면서, 삼성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얻게 됐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우리 사회 및 정치권은 대대적인 개혁 요구와 마주하고 있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헌 등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에 제왕적 대통령이 있었다면, 서초동엔 ‘삼성 대통령’이 있었다. 국가가 키워 삼성에 공급한 유능한 인재들, 국민의 소비로 쌓은 삼성의 부(富)가 모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쓰였다.

삼성이 미래를 얻기 위해선 미래전략실이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이재용 부회장 승계를 위해 비선실세 딸에게 말을 사주는 것은 절대 정상적이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경영위기로 이어지는 것 역시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미래전략실과 함께 삼성그룹은 해체됐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이전엔 전략기획실과 구조조정본부가 있었다. 이들 조직의 공통점은 각종 비리에 깊숙이 개입됐다는 점이다. 미래전략실 역시 또 다른 무언가로 재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삼성은 또 다시 과거의 악습을 끊지 못하는 것이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기업인 삼성 역시 부디 과거를 끊고 새로운 시대를 맞을 수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