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박주선·손학규 후보들은 22일 국민의당·지상파 합동토론회에서 세 번째로 맞붙었다. 토론은 즉석에서 전문가들과 후보들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면접 형식으로 이뤄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은 22일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3차 경선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전문가들이 배석한 ‘압박면접’ 형태로 진행됐다. 질문내용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다. 안철수·박주선·손학규(기호 순) 후보들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철수·박주선·손학규 후보들은 이날 국민의당·지상파 합동토론회에서 세 번째로 맞붙었다. 토론회에는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장, 이준한 인천대 교수 등 전문가 패널도 배석했다. 토론은 즉석에서 전문가들과 후보들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면접 형식으로 이뤄졌다. 외부인의 시선에서 지적할 수 있는 예민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정관용 시사평론가는 손 후보에게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오셨는데, 민주당 경선에선 이길 가능성이 없어 온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손 후보는 “그렇지 않다”며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저의 정치적 노선을 지켜왔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기 위해 당적을 버렸다. 저 손학규가 국민의당에 가서 외연을 넓혀 연대의 중심, 정권교체의 중심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왔다”고 답했다.

경선룰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이준한 교수는 “경선룰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경선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이런 것이 구태적 리더십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손 후보는 “그것을 구태라고 하는 게 구태정치적 틀이다”며 “경선룰은 협상하게 돼있다. 처음 룰을 만들 때 합의를 했는데 (안 후보 측에서) 뒤집으려고 하니까 마음에 안 드는 룰에 어떻게 합의하느냐. 국민의당이 승리하기 위한 룰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내세운 ‘성평등 공약’ 관련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김은경 원장은 “성평등을 위한 대개혁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남성 정치인들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제가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를 할 때 여성의 정치참여를 늘리기 위해 기초의원 중 비례대표는 100% 여성으로 공천하기로 했었다. 당시에 반발이 많았지만 설득하고 도입해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원장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대통령비서실장을 여성으로 임명할 의향이 있느냐”고도 물었다. 안 후보는 “충분히 의사가 있다. (다만) 어떤 성이냐에 대한 고려보다 우선은 능력 위주로 보겠다. (현재) OECD 국가 평균 각료들 중 여성 장관 비율은 29.3%다. 그래서 저는 다음 정부에서는 30% 비율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이미 공약한 바 있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여성의 내각 참여 비율을 30% 정도에서 시작해 50%까지 늘려가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박 후보는 ‘여성에게 정당한 보상이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복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출산의 고통부터 시작해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이 지쳐있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양육수당이나 워킹맘 유급 출산휴가 연장, 정부 내 여성의 내각 구성비라든지 여성에게 고위공직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김 원장은 “지금까지 다 해왔던 정책인데 현실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있는 국회 내 개헌특위에도 여성 국회의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개헌특위는) 각 당에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추천해 구성된 것이라…”라며 “당에 원칙적으로 여성 비율을 30~40% 해야 한다는 지침을 줘도 듣지를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겐 권한이 있다. 여성의 내각 참여 비율을 30%에서 시작해 50%까지 늘려가겠다”고 했다.

◇ 1·2차 때보다 ‘강해진’ 후보들… 경선 흥행 이끌까

후보들 간 공방도 치열했다. 안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 손 후보를 향해 “정계 복귀하실 때 ‘제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했는데 이번 대선 때 개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입장을 바꾸셨다. 그렇다면 제6공화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손 후보는 “지금 현재로는 6공화국의 헌법에 의해서 대통령이 됩니다만, 이 대통령은 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대통령”이라며 “이 대통령이 7공화국의 헌법을 만들고 정치체계를 개편해 7공화국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저는 7공화국을 ‘준비하는’ 대통령”이라고 답했다.

손 후보는 안 후보의 개성공단 관련 입장이 ‘오락가락’한다고 지적했다. 손 후보는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1년이 넘었다. 정동영 의원을 영입하면서 개성공단 재개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안보는 보수’라며 재개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후보는 “개성공단 재개 불가라고 말한 적이 없다. 지금은 대북 제재국면이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시기, 조선에 협상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뒤 종합적으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라고 답했다.

지난 20일 진행된 2차 토론회가 ‘맹탕 토론회’라는 지적을 받은 데 비해 색다른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흥미를 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원 대표는 방송 중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당 대통령 경선 후보들의 TV토론이 불이 붙었다. 역시 국민의당이 기획한 (토론)포맷이 출중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경진 수석대변인은 토론회 직후 낸 논평에서 “오늘 국민의당 토론회에선 국민께 약속드린바와 같이 대본 없는 진짜 검증을 했다”며 “누가 대본을 잘 외워왔는지 뽐내는 맥 빠진 토론회와는 비교 불가능한 혁신적인 토론회였다. 방송토론을 본 국민들도 진짜 검증에 대한 호평과 함께 다른 정당토론회에서도 같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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