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일단락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향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검찰에서 수사를 잘 할 것이다. 안 할 수도 없고.”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종료하며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의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특검팀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했을 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재청구했다면 영장이 100% 나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손도 대지 못한 우병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정강) 비리와 세월호 수사 외압도 “솔직한 얘기로 인정되지만, 특검법상 수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특검팀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25권의 수사기록과 5건의 고발 사건을 검찰에 인계했다. ‘(수사를) 안 할 수도 없을 것’이란 박영수 특검의 말엔 뼈가 있었다.

◇ 신뢰 회복 위해 우병우 봐주기 수사 의혹 털어내야

때문일까. 검찰은 2기 특별수사본부를 출범시키면서 이른바 ‘우병우 전담팀’까지 신설했다. 수장은 이근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이다. 그는 우병우 전 수석이 수사기획관을 지낼 당시 대검에서 함께 있었지만 같은 부서나 직속상관으로 지휘를 받진 않았다. 첨단범죄수사 2부에 속한 나머지 8명의 검사들도 우병우 전 수석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이 지난 6일 재가동된 만큼 우병우 전담팀의 수사도 이미 시작됐다.

우병우 전 수석의 범죄 사실은 총 11개다.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외교부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한 혐의,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진상을 은폐한 직무유기 혐의,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 등이다. 앞서 특검팀은 특검법에 따른 수사대상 및 수사기한 한정으로 우병우 전 수석의 범죄 사실 규명이 어려워지자 불기소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추가 수사 이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수사 의지는 높았다. 특수본에 속한 검사 31명 가운데 약 30%에 달하는 9명이 우병우 전담팀이다. 검찰의 신뢰 회복이 걸린 수사인 만큼 총력전을 예고한 셈이다. 실제 1기 특수본의 수사에선 성과가 없었다. 도리어 검찰에 출석한 우병우 전 수석이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면서 ‘황제 소환’이라는 비판을 샀다. 당시 검찰 측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후배 검사 및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부실조사 논란에 이어 봐주기 수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검찰은 스스로 공정한 수사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뉴시스>
검찰의 수사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지금도 여전하다. 우병우 전 수석이 자신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김수남 검찰총장과 통화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특히 두 사람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우병우·이석수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날에도 통화를 했다. 윤갑근 고검장은 우병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19기)다. 그는 우병우 전 수석이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 차를 대접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우병우 전 수석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도 통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지난해 10월25일이었다. 닷새 뒤 최순실 씨가 전격적으로 귀국했다. 최씨의 태블릿PC에 대한 보도가 나온 다음날에도 통화했다. 물론 검찰 측은 수사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이영렬 지검장은 특검팀에 사건을 넘기기 전까지 1기 특수본을 이끌었다. 2기 특수본에서도 다시 본부장을 맡으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검찰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수사 방침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가 아니다. 검찰 고위 간부들이 수사 대상에 오른 인사와 통화했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실조사 논란으로 홍역을 앓던 특수본이 이제는 봐주기 수사 의혹에 휩싸인 셈이다. 따가운 눈총 속에서 검찰은 스스로 공정한 수사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병우 전 수석의 소환이 임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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