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닭의 해 정유년, 닭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서강재 기자] 2017년 정유년은 닭의 해다. 그것도 ‘붉은 닭의 해’다. 우렁찬 울음소리로 새벽을 알리는 닭은 희망과 개벽을 의미하는 동물로 여겨지며, 특히 음기와 액운을 쫓는 상서로운 동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닭의 해’를 맞은 닭의 현실은 참담하기만 하다. 지난해 터진 AI로 수천만마리가 살처분되고, 계란파동에 이어 닭고기파동까지 터지더니 이제는 브라질에서 날아든 ‘썩은 닭’ 파문까지 가세하고 있다.

‘닭의 수난시대’의 시작이 된 AI는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정부의 무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었다.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AI는 ‘청정지역’으로 여겨지던 곳까지 침투하며 닭을 닥치는 대로 감염시켰다.

‘역대급’ AI는 곧장 계란파동으로 이어졌다. 살처분된 닭의 상당수가 산란계였던 탓이다. 마트에서는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계란을 제한했고, 제과·제빵 및 외식업계는 ‘계란 구하기’ 비상이 걸렸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계란이 비행기를 타고 수입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계란파동이 다소 잠잠해지자 닭고기가 말썽을 일으켰다. AI 피해 지역 주변 양계농가에 새로운 병아리 입식이 금지되면서 닭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987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한 닭고기 값이다.

이 과정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는 치킨 값 인상을 추진했다가 여론을 물론 정부의 질타를 받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엔 지구반대편 브라질에서 악재가 날아들었다. 브라질의 대형 육가공업체들이 썩은 닭고기를 팔다 적발돼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치킨 등 닭고기 수요가 많은 우리나라는 브라질 닭 수입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에 수입된 브라질 닭 중엔 썩은 닭고기가 없다는 발표 등이 이뤄졌지만,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특정 메뉴 판매를 중단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양계농가는 물론 닭고기 관련 업계 전반이 침울한 분위기다. 한 닭고기 업체 관계자는 “닭의 해라서 여러 이벤트나 행사도 많이 준비했었는데 최악의 한해가 되고 있다”며 “굿이라도 해야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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