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국제공항 진입로에 설친된 제주삼다수 모형의 대형 광고물.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생수브랜드 1위 ‘삼다수’ 쟁취를 위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올해 12월을 끝으로 5년간 독점권을 누려온 광동제약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삼다수를 향한 기업들의 본격적인 구애가 시작된 것.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삼다수를 향한 구애… 확대해석 경계하는 농심

포문은 농심이 열었다. 생수시장 ‘디펜딩 챔피언’ 농심은 삼다수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최근 농심 신동원 부회장은 한 경제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삼다수는 브랜드 론칭 부터 제품 디자인, 마케팅까지 내 손으로 직접했다”면서 “올 연말 삼다수 판매권을 꼭 찾아오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은 농심에게 뼈아픈 한해였다. 생산·위탁판매권을 갖고 있는 제주개발공사와의 법정공방에서 패소, 삼다수의 독점 판매권을 상실했다. 개발공사와 함께 삼다수를 잉태하고 14년간 애지중지 키워온 농심으로서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었다. 삼다수는 꼬박꼬박 매출의 10%를 챙겨주던 효자였다는 점에서 농심의 슬픔은 더욱 컸다.

그렇다고 비통에만 젖어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매년 10%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5,000억원대로 판이 커진 생수시장에서 발을 뺄 수는 없었다. 곧바로 새 생수 브랜드 ‘백산수’를 내놨다. 하지만 광동제약에 넘어간 삼다수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점유율은 5~8%에 머물면서 좀처럼 한 자릿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럴수록 삼다수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만 갔다. 특히 생수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농심에게 삼다수 탈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웠다. 올해 말 5년째 삼다수 판권을 갖고 있던 광동제약의 계약이 정식으로 종료되는 시점에서, 신 부회장의 발언은 삼다수 판권을 노리는 경쟁업체를 향한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농심은 그러나 이날 신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농심은 백산수 브랜드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지, 내부적으로 삼다수 판권을 사들이기 위한 어떤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단순히 ‘삼다수도 있으면 좋다’라는 수준이었던 경영진의 답변이 다소 강한 어조로 보도된 것 같다”면서 “차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백산수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게 회사의 공식적인 경영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공경쟁방식으로 진행될 삼다수 판권입찰에 농심이 실제로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농심 입장에서는 광동제약의 계약 만료일이 9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경쟁업체들의 경계심을 자극해서 이로울 게 없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광동제약 재입찰 참가 확실시… 롯데·CJ도 유력후보

반대로 광동제약은 수성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기업을 상대로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입찰인만큼 참여 자격에 제한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다수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견주었을 때 광동제약의 재입찰 참가는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외에도 업계 3위 ‘아이시스’의 롯데칠성음료와 CJ제일제당도 삼다수에 욕심을 낼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또 2012년 입찰에 참여한 바 있는 샘표와 남양유업, 아워홈 그리고 웅진식품 등도 다크호스도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 입찰까지 시간이 넉넉한 편이라 기업들마다 입찰 참가 의지를 명확히 밝히기에는 부담스런 부분이 있다”면서 “7,000억원대까지 성장한 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명실공히 1위 브랜드 삼다수에 욕심이 나지 않는 식품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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